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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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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연일 반도체 드라이브…현실은 첩첩규제

낮은 세제지원·공장 인허가 지연·수도권 반도체학과 정원 제한 '발목'

2023-02-02 06:00

조회수 : 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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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북 구미 SK실트론을 방문해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1일 반도체 소재기업 SK실트론의 투자를 격려한 것도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한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은 미국 대비 낮은 세액공제율부터 공장 신·증설 인허가 절차 지연 등 각종 규제에 첩첩이 갇혀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반도체 경쟁국이 잇따라 통 큰 지원으로 자국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사이 한국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 '반도체 초강대국' 최우선 국정과제로
 
윤 대통령의 반도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합니다. 반도체를 국가 안보자산이자 핵심 산업으로 정의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과 함께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확보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을 대상으로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이를 요청한 것도 윤 대통령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교육 정책도 반도체 연구·생산 인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윤 대통령이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지적하자 교육부는 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놨습니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육성하고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반도체 세액공제율미국·대만 25% 대 한국 8%
 
하지만 해외 반도체 강국에 비하면 정부의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도체 산업은 연구부터 생산까지 '투자 속도'가 곧 생명인데, 오히려 낮은 세제 혜택과 각종 규제로 반도체 기업의 속도전에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세액공제의 경우, 해외 주요국에 비하면, 반도체 기업을 충분히 지원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통과된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시설 투자액에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대만도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에 세액공제율을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올해부터 시행합니다. 또 첨단 설비 투자에는 5%를 세액공제하기로 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재부, 누더기 법안 통과 이후 '부랴부랴' 대안 마련
 
정부도 세액공제 혜택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23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에 담긴 내용은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높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초 여당과 야당이 각각 20%, 10%의 세액공제율을 제안했지만,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세액공제율을 8%로 하는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기재부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요 경쟁국보다 반도체 기업에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웠습니다.
 
결국 본회의에서 기재부 안이 통과됐고, 대통령실과 당정의 반도체 세제 지원 수준이 엇갈리면서 반도체 특별법은 이도 저도 아닌 누더기 법이 돼버렸습니다. 정부는 단기적인 세수 감소효과에만 매몰돼 이같은 결론을 내놨다는 비판을 받게 됐는데요. 여당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에 참여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산업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반도체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그제야 기재부는 부랴부랴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지난 3일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한 지원방안을 전방위적으로 발표했는데요.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도체 공장 인허가 지연"대만을 배워라"
 
반도체 공장 설립의 인허가 지연 문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수도권에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수년이 걸리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1위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해 10월 뉴욕에 신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해 준공 일정을 3년 뒤인 2025년으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공장 부지를 선정했지만 수도권 규제 예외 적용, 토지 보상, 용수 인허가 등에 번번이 발목 잡혀 8년 만인 2027년에야 가동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대만의 반도체 공장 건립 과정과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나는데요. 세계 반도체 1위를 노리는 TSMC는 대만 전역에 반도체 공장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반도체 공장 건립을 위해 국가원수인 총통이 직접 챙기고, 그 밑으로 지역정부·공기업 등이 원팀으로 뭉치는 구조인데요. 이들은 토지, 용수, 인재 공급 계획까지 사전에 파악해 대응할 정도입니다.
 
지난해 7월22일 장상윤(왼쪽 두번째) 교육부 차관이 안양시 동안구 대림대학교를 방문해 반도체 교육과정 관련 사업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뉴시스 사진)
 
인재양성 계획도 차질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발목'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인재양성 계획도 각종 규제에 지지부진한 상황인데요. 당장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과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요. 하지만 각 과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대학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해 양향자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에 대한 수도권 규제를 없애야 한다"며 "반도체 클러스터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에 다 세워질 것인데 지금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지방 인력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금 미국에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260조 투자할 계획인데, 이를 주도할 우리 인재가 없다"며 "정부는 인력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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