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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

챗GPT에 혼났습니다

2023-04-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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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바람이 거세다. 예스24에 따르면 1월 '챗GPT' 도서 판매량은 전월 대비 3.4배 증가한 데 이어 2월에는 94.5배로 급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서점에 진열된 챗GPT 관련 도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강원 기자] 챗GPT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회사인 오픈AI(OpenAI)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AI(인공지능)가 그동안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논문을 찾아주고 코딩에 쓸 코드도 만들어 줍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챗GPT는 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AI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정치권도 챗GPT를 주목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6일 정책의원총회에 하정우 네이버 이사를 초청, 챗GPT 특강을 열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 챗GPT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AI시대를 맞아 교육과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등 시대에 맞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AI 윤석열'이라는 아바타를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교육과 산업현장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이 개최한 강연에서 교사는 더 이상 지식을 가르쳐주는 존재가 아닌 학생들을 관리하고 안내해주는 역할 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단말기를 가지고 AI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 같은 정치권부터 교육 현장까지 챗GPT가 가져온 변화의 바람은 켰습니다.
 
왜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지 궁금해서 직접 써봤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영상 편집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짬을 내서 챗GPT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쓸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많이 쓰는 오피니언 리더의 글을 입력하고 기사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은 기사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 인공지능이 기자에게 나쁜 기사를 쓰지 말라고 혼낸 것입니다.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AI는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AI는 제작자가 도덕적에 관한 정보까지 입력하면 도덕과 윤리에 대한 답변까지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먼 미래에는 글쓰기, 작품 창작, 도덕적 판단 등 인간의 고유 영역조차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글을 매끄럽게 제작하는 AI가 나오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AI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료 조사와 글쓰기와 내용 요약을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도 대체될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 놈 촘스키는 "챗GPT는 '악의 평범함'과 같은 것을 보여준다. 표절, 무관심과 생략, 그것은 문장으로 표준적인 주장을 자동 완성으로 요약하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취하는 것을 거부하며, 무지함뿐 아니라 지식의 부족을 호소하고 궁극적으로 '그저 명령을 따른다'고 방어를 하며, 창조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AI가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입력된 정보에 의해 수동적으로 계산을 할 뿐이며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촘스키의 말은 언론인들도 새겨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방적인 발언을 비판 없이 쓰지 말고 끊임없이 도덕적 고민을 해야 하고 기사에 대해 책임져라. 그렇지 않으면 기자는 챗GPT로 대체될 수 있다' 챗GPT 열풍이 언론인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요.
 
이강원 기자 2000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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