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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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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내 여자친구에게

2023-04-05 17:29

조회수 : 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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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이 또 올까. 난 오늘 널 보고 웃었지만, 한 순간 불안하기도 했어. 흩날리는 벚꽃을 보고 2023년 봄이 떠올랐거든.
 
그때 나는 벚꽃 만개한 여의도에서 여성 친구들과 봄의 절정에 빠져있었어. 이야기 주제는 연애였는데, 나한테 간절함이 없다고 하더라. 그냥 느껴진대. “벚꽃 앞에서 사진 찍을 때 탈춤 추지 마라” “운동 해라” “‘나는 솔로’라도 봐라” 잔소리가 어찌나 많던지.
 
지난달 30일 서울 합정동 벚꽃. (사진=이범종 기자)
 
조언과 조건이 뒤섞인 훈수에 피곤해진 나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 이유를 떠올리며 멀찍이 선 벚나무 한 그루를 봤어.
 
그때 바람이 불었다. 사진 찍던 인파의 곡소리도 불어왔지. 나는 흩날리는 벚꽃이 아까워 “하” 입을 벌렸어.
 
그런데 숭고하더라. 봄은 벚꽃 필 때가 아니라 바람 불어 잎 날리던 그 때가 절정이었어.
 
사랑은 바람처럼 불어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비마저 내리면 나의 봄이 끝나고 가지는 앙상해지겠지.
 
하지만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한 거라는데, 꽃보다 나무에 가깝지 않을까. 언젠가 네 나무에 내가 피지 않을까. 내 가지에 네가 틔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벚꽃잎 하나가 날아와 가슴을 두드렸어. 내겐 아직 다 하지 않은 청춘이 남았다는듯이. 나에게 누가 오고 있다는듯이.
 
유언 같은 낙화를 안고 집에 가면서, 널 만나게 될 줄 모르고 이별하는 노랠 들었어. 가지가 떨리고 잎이 흩날리도록 우는 사랑을 동경하면서.
 
그래서 널 보면 눈시울이 뜨겁다. 너 오늘 더 예쁜데 내일도 그러면 어쩌지. 그러니까, 널 꽃이 아니라 나무라고 부를게.
 
오늘 벚꽃 아래서 할 말을 종이에 몇 자 눌러놨는데, 어느새 이렇게 편지가 됐네. 나 너 이렇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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