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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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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악어새

2023-04-10 16:57

조회수 :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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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보통 공생 관계를 비유할 때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는 '악어와 악어새'가 있습니다. 혹은 '물과 물고기' 표현도 쓰입니다.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사이를 비유하는 표현이죠.
 
최근 한 영화를 봤습니다. 언시생일 때도 즐겨보던 영화였지만, 요새는 영화를 본 후 느끼는 점이 전보다 다름을 느껴서 한 글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나도 잭 케네디의 앞잡이가 아니었어요... 난 절대로 잭을 정보원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친구라고 생각했죠. 그게 내 실수였어요. 잭은 줄곧 알았던 거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한 언론사의 편집국장입니다. 정부가 숨기고 있는 펜타곤 기밀문서를 입수하고 베트남 전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편집인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 과정 중에서 앞서 언급한 대사의 한 구절이 나옵니다. 
 
이 대사는 여러 의미를 내포합니다. 마치 기자와 취재원의 사이를 말합니다. 기자는 취재원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습니다. 취재원은 자신의 뜻을 기자를 통해 세상에 알립니다.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존재. 하지만 그러면서도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취재원이 기자를 상대로 '거짓 정보'를 줘서 오보를 양산하게 하거나 혹은 기자가 취재원을 역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입니다. 
 
최근 드는 단상은 이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단 생각이 듭니다. 
 
기자의 연차가 적거나 나이가 어린 경우 자신의 직급을 이용해 기 싸움을 하거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다른 기업의 정보를 흘리는 일 등입니다.
 
(사진=픽사베이)
 
그간 서로 바빠서 연락이 닿지 못했던 한 취재원은 불현듯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이 최근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기사가 있는데, 제가 썼다면서요. 오랜만에 닿는 연락이여서 반가웠지만..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소름이 돋았습니다. 취재원이 전화한 목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쓰게 된 배경이 궁금했고, 업계 관계자로서 해당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혹은 다른 취재원과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서로 일정이 바빠서 점심 식사의 일정을 후순위로 미루자, 그 취재원은 "그 사이에 기사가 세게 나오는 게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취재원은 기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해 "알아보겠다. 확인 중"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답변이 없길래 전화를 걸어서 해당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달라고 질의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로서 나가면 자기는 큰일이 나니, 업계 관계자로서 담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기사가 몹시 아픕니까?"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 등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난 절대로 잭을 정보원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친구라고 생각했죠. 그게 내 실수였어요. 잭은 줄곧 알았던 거고요"
 
일련의 사례와 영화를 보면서 드는 단상은 많이 배우고, 고민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이 관계에서 그렇다고 단절할 수도 너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없으니까요. 
  • 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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