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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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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난…ㄱㅏ끔…아이팟을 듣는ㄷㅏ

2023-04-17 17:30

조회수 : 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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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촥. "Motor cars handlebars… Bicycles for two…"
 
어젯 밤 오랜만에 4세대 아이팟 터치를 '밀어서 잠금해제' 했습니다. '촥' 소리와 함께 화면이 열리고, 폴 매카트니가 새 제품과 버려진 물건, 그 사이에 놓인 인간의 추억을 쓸쓸히 노래합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저장된 노래를 고이 간직한 옛날 물건, 아이팟의 주제곡 같습니다.
 
아이팟의 대표 기능인 '커버 플로우'. 기기 화면을 가로로 돌리면 앨범아트를 쓸어넘기며 노래를 골라 틀 수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늦은 밤 아이팟을 깨우면 새벽 공기 냄새가 납니다. 공중전화 수화기에 "사랑해"를 외쳐도 아무 대답 없다는 윤종신의 서사는, 유선 전화처럼 뺨에 닿은 이어폰 줄로 절절히 완성됩니다(015B, 텅빈 거리에서).
 
오갈 데 없는 마음, 밤보다 깊은 색, 새벽을 다해 흘린 눈물 같은 이슬 냄새. 그런 찬 공기가 나에게 스며듭니다.
 
애플뮤직이 아이튠즈 재생목록을 물려받았지만, 추억은 여전히 아이팟에 들어있습니다. 한여름 밤 그녀에게 불러준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도, 실연 뒤에 듣고 또 듣던 조용필의 '걷고 싶다'도, 아직 만나지 않은 누군가를 상상하며 듣던 우효의 '민들레'도 아이팟에 있습니다.
 
고심 끝에 벅스에서 구입한 노래를 아이튠즈에 넣고, 예쁜 앨범아트를 구하고, 틀린 가사는 내가 고쳐넣으며 밤 새던 20대의 밤을 '임의재생' 해봅니다.
 
잊고 지낸 노래가 나를 두드릴 때, 여전히 쓰지만 이제는 삼킬 수 있는 그 때가 귀를 타고 봄비처럼 가슴에 흐릅니다.
 
  • 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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