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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반복되는 '유령 아기' 비극

2023-06-27 17:33

조회수 :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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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죠. 일주일 전엔 울산의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도 남아로 추정되는 영아 시신이 알몸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건은 처음이 아닙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른바 '유령 아동'이 숨지는 일은 반복된 지 오래입니다. 
 
지난해 3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방치해 영양결핍으로 숨진 사건도 기억나실 겁니다. 세상에 태어나고도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이 최근 8년간 2236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생신고는 오직 부모에 달렸습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형사 책임에서 자유롭고, 5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됩니다. 이런 탓에 제도권 밖에서 소외·방치되고 있는 영유아들이 존재하지만, 시스템상 알아차리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유령 아동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최근 출생통보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이가 태어나면 일정 기간 내에 지자체에 출생 사실, 산모의 신원 등을 의무적으로 알리게 하는 제도입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관련 법안은 발의됐지만, 통과는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반발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죠. 기존에 발의된 출생통보제 법안은 의료기관이 읍·면·동사무소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후 상속권, 증여권 등 모든 민사적 책임이 출생 신고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의사한테 그 법적 책임이 갈까봐 우려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여론은 동의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합니다. 내일 오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출생통보제를 심의한다고 합니다. 여야는 도입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무난하게 통과할 것 같다네요. 이제 더 이상 유령 아동의 비극은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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