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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혁신이 빛을 발하려면

2023-07-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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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의원들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의총의 결과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 혁신위원회의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가 한 달여 만에 당으로부터 받아들여진 겁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견을 모은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는 혁신위 제안의 조건부 수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 소속 의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정당하다는 전제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이라는, 어떤 단서도 없는 혁신위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김 원내대변인 백브리핑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중점적으로 물었던 지점도 불체포특권 포기의 조건으로 제시된 ‘정당한 영장 청구’였습니다. 영장 청구가 정당한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죠. 당의 대답은 ‘국민의 눈높이’였습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볼 때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 청구라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하지 않겠나 판단한다”고 했죠. 또 이런 정당성 여부는 “여론으로 어렵지 않게 판단되리라 본다”고 자신했습니다.
 
민주당이 이런 결론을 어떤 형태로 도출할지도 관심이었습니다. 의원들이 모은 의견을 당론으로 추인한 건지, 이들의 결의를 문서로 기록해둔 건지 등이 해당합니다. 향후 당이 내린 결론을 얼마나 책임 있게 수행할지를 가늠해 볼 대목이기 때문이죠. 당은 이날 구두로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변인은 “한 분의 반대의견 없이 의견을 모았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주당의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가 일단락됐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입니다. 민주당이 불체포특권을 제대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의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죠. 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살필 여론의 표본 문제는 그중 하나입니다. 먼저 어떤 의견을 여론으로 판단할지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과다대표될 우려도 있죠.
 
실효성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김 원내대변인은 혁신위의 요구 가운데 하나인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과 관련해 “체포동의안 처리는 무기명 투표”라며 “어떤 형식을 취하더라도 의원 개인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설사 당론으로 정해도 결과를 당이 담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론으로도 체포동의안 가결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보다 구속력이 덜한 ‘말로 한 결의’는 얼마나 잘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갑론을박 끝에 특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맺은 이날의 결의는 의미 있습니다. 다만 그 의미가 십분 충족되려면, 말에 맞는 행동이 따라야 할 겁니다. 혁신위가 “앞으로 실천을 통해 보여달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내린 민주당의 결단이 그 취지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오롯이 민주당에 달려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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