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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2024 예산안)복합적 위기인데…허리띠만 졸라매겠다는 정부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 2.8%…역대 최저 수준

2023-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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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억제하면서 저성장 국면 속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과 소득재분배 등 재정 역할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구체적 삭감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재정 집행의 투명성에 흠집을 낸 모습입니다.
 
29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측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내년도 656조9000억원 '긴축 예산' 배경은 우리 재정 건전성에 대한 대외 신임도 저하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과중한 빚 부담 증가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브리핑를 통해 "그동안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 폭과 1000조원 이상 누적된 국가채무로 우리 재정 상황은 어려운 가운데 올해와 내년의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방만하게 나라 살림을 운영할 경우 우리 재정 건전성에 대한 대외 신임도 저하와 미래 세대에 대한 과중한 빚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656조 9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표는 최근 10년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표=뉴스토마토)
 
 
하지만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탄탄한 상황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한국 48.7%, 미국 127.1%, 일본 256.2%, 독일 68.9% 등 선진국 평균인 120.1%를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올해 50.4%인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51.0%로 소폭 늘어나지만, 이 역시 우려할 수준이 못 됩니다.
 
여기에 꾸준히 늘고 있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 우려와 달리 탄탄합니다. 외환보유액 증가는 외부 경제 충격에 대한 대응과 대외 신용도 상승의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총 4218억달러로 전월 말(4214억5000억달러)보다 3억5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4215억달러)는 세계 8위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는 재정과 민생 모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늘어난 지출은 거의 없어 그 효과가 의심된다"며 "경제위기 시 정부가 긴축에 나설수록 경제는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는 결국 재정만 고려해서 민생을 희생시키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경제학 교수는 "지금 세입 확충 방안을 고려해야한다. 재정을 적절하게 사용해 소비하도록 만들고 그래야 기업들도 생산을 할게 아니냐. 이를 통한 세수도 들어올 것인데 선순환 구조의 재정역할을 다하지 않을려하는 것은 도대체 알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미래 세대에 대한 과중한 빚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는 논리로 재정 역할을 안한다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장의 세수추계도 못 맞추면서 미래 세대가 어떤 패러다임으로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특히 정부는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 단행도 묘연합니다. 구체적 내역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는 미래 성장동력인 연구개발(R&D) 예산 7조원을 포함해 4조원 규모의 보조금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예산이 삭감돼서 피해를 본 사람과 재정이 늘어나서 혜택을 보는 사람 간에 불일치가 있다. 이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의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2.8% 증가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사진은 직장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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