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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모성보호제도' 이름부터 바꿔야

2023-08-29 18:14

조회수 :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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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메일함에서 다음주 보도계획을 살펴보는 중이었습니다. 한 부처의 보도계획을 살펴보다 문득 눈이 멈췄습니다.
 
'모성보호제도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 개최' 
 
내용을 보니 여성 다수고용업종 협회와 중소기업 협의체 간담회를 열고 모성보호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행사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이를 위해 사업주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얼핏 보면 '워킹맘'들을 위한 정책같아 보입니다. 일과 가사를 동시에 해내는 것에 많은 직장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여성 혼자만의 힘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기에게는 생물학적인 엄마와 아빠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모성보호제도'라는 이름은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만 전가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을 경우 엄마와 아빠 모두 아이를 돌봐야 합니다. 육아에서 부성을 지워버린 채 엄마들에게 오롯이 아이를 책임지라고 강요합니다.
 
제도 자체는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 이름에 반드시 '모성'을 강조해야만 했을지 의문이 듭니다.
 
아이돌봄제도, 육아지원정책 등 다른 이름을 붙여도 본질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맞벌이 가구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21세기에 '모성보호'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출생률을 높이고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용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울여야 합니다. 여성을 아이 낳는 수단으로 보는 이름이 아닌, 양육자들의 동등한 입장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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