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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승리 이후

2023-10-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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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 진교훈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니총선’으로 불린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진교훈 후보는 56.52%를 득표하며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와 17.15%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렸죠. 
 
이번 보궐선거는 기초자치단체장 한 명을 뽑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선거로 여겨졌습니다. 우선 내년 총선 격전지로 부상한 수도권 민심을 미리 살피는 척도로 기능했습니다. 현 여야 지도부가 승부를 펼치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각 당 리더십의 큰 분기점으로도 전망됐죠. 정치권에서는 판이 커진 기초단체장 선거에 ‘최소 서울시장급’이라는 농담 섞인 말이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승자가 된 민주당은 환호성을 지르지 않고 몸을 낮췄습니다. 선거결과가 확정된 직후부터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민주당 승리가 아니라 정권 심판’이라는 메시지가 일제히 나왔습니다. 선거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까지 겸손을 당부하는 목소리는 이어졌습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소속 의원들에 “승리에 안주하는 언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죠.
 
민주당의 신중한 모습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 배경에는 녹록지 않은 당내 사정이 있습니다. 아킬레스건은 계파 갈등입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계기로 촉발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은 점입가경입니다. 특히 이 대표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내분은 극에 달했죠.
 
중요한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웃는 자’가 되려면 헤쳐야 할 난관이 많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이 쪼개지는 풍경을 향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 승리 후 당내 통합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친명계 지도부도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향한 비난의 수위를 점차 낮추고 있죠.
 
병원에서 단식 후유증을 치료하고 있는 이 대표는 아직 국회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 복귀 후 행보 중 주목받는 지점은 그가 당내 탕평책을 꺼낼지, 숙청을 단행할지 입니다. 통합과 단합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은 나오고 있는데요. 이 경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이 대표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듯합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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