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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갇힌 임금님

2024-02-12 10:30

조회수 :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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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은 4월 총선을 60여 일 앞두고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 봅니다.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분명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면 국민 다수가 심적으로는 '용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통령의 결단 자체가 총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명품 가방은 '파우치'로 둔갑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한 '개고기 식용 금지법안'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실 개입 의혹, '홍범도 흉상 철거'에 대한 입장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으로 진행했다면 모두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들인데도 말입니다.
 
현 정부가 그간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이야기했지만, 국민들의 질문을 대신했어야 할 KBS는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한 듯 민감한 부분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이 송출된 이후 이번 대담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대담은 지난 10일 재방송되며 설날 밥상을 관통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자신감'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때 윤 대통령의 '멘토'였던 신평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그는 지금 어쩌면 의도치 않게 '임금님 놀이'에 빠져있을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신 변호사의 말을 빌려보면, 이번 KBS 대담은 용산에 갇힌 임금님의 모습을 보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로 옮겼지만 오히려 용산이라는 궁궐에 갇힌 게 아닐까요. 눈과 귀가 모두 가려진 듯한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지지율입니다. 쓴소리를 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이 진행하고 있는 민생토론회가 9차례나 진행됐습니다. 민생 토론회에서 많은 국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왜 쓴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을까요. 쓴소리가 막혀 있는 건 아닐까요.
 
윤 대통령은 참모들이 준 답변도 참고하지 않고 KBS 대담에 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민감한 질문은 하지 못했던 KBS처럼 잘 짜인 판 위에 귀와 눈이 가려진 임금님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여당이 총선에서 가진 최대 리스크는 대통령 내외입니다. 미래를 두고 야당과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겁니다. 더 늦기 전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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