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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진

잘 버텼고, 또 버텨주길.

2024-04-16 17:54

조회수 :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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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이 됐습니다. 10년 전 이날 벌어진 참사에 무력감을 느꼈던 게 생생한데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시간은 참 빠릅니다. 
 
10년 전, 사고가 수습되는 동안 슬픔에 잠겼다는 표현도 부족한, 세상이 원망스러울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오래 참여했던 교육봉사단체에서 안산에 가자는 제안을 했고, 내가 무슨 능력이 있어 '그 친구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옆에서 말벗이라도 해주면 나을까 싶은 마음에 안산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은 외부와 어느 정도 단절된 공간에서 일상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었습니다. 본인의 병원 치료와 진도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며 일상을 되찾기란 불가능해 보였지만, 처음 보는 누군가가 내민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잘 따라준 것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클레이, 바리스타, 체육 등 특별할 것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어떤 활동을 하는지가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복귀하던 날, 정문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수십명의 기자들과 취재진이 둘러쌌습니다. 취재를 해야 하는 입장인줄 알면서도 그 상황과, 그렇게 결정한 학교의 방침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개를 숙이고 학교에 들어갔고요. 
 
교실에 들어간 아이들은 그렇게 울었습니다. 프로그램 할 때 장난치고 소리지르던 철부지 모습은 어디 가고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모두가 힘들어했습니다. 이제 겨우 조금 친해진 언니, 형, 누나가 그 옆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손을 잡아주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준 덕분에 프로그램은 이어졌고, 학교에 복귀한 이후에는 학습 프로그램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는 동안에도 이어졌습니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회사에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는데, 벌써 졸업하고 취업하는 나이가 됐네요. 성인 됐다고 술 마실 수 있다고 조르던 것도 벌써 수 해가 지났고요. 
 
나름 긴 시간을 같이 했지만 사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직접 연락은 해보지 못하고, 프로필만 들여다 봅니다. 특별한 소식이 없는 게 무탈한 것이라 생각하며…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을 거예요. 잊을 수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왔을 겁니다. 그래도 그동안 버텨온 만큼, 이 시기를 이겨내고 또 버텨서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세월호를 기억하는 예술인들의 거리행동' 행사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를 써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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