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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진

10초의 안정감

2024-04-04 17:39

조회수 :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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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습니다. 거리에 영어 간판이나 안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 탓에 까막눈 신세였습니다. 그저 핸드폰 속 구글맵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국과 비슷한 듯 또 다른 일본 시내에서 보행자에 대한 친절함을 느꼈습니다. 일본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시되는 운전 문화가 자리잡았는데, 그렇다는 얘기를 말로만 듣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정말 달랐습니다. 큰 거리나 좁은 골목 가리지 않고 우선 보행자가 진입하면 차들이 기다려주고, 그 사람이 다 지나간 뒤에야 차가 움직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차가 멈출 때까지 보행자가 기다려야 했다면 일본에서는 사람이 움직일 수 있게 차가 자동으로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일본 후쿠오카 캐널시티 쇼핑몰 인근 횡단보도. (사진=심수진 기자)
 
 
더 신기했던 것은 신호등 시간입니다. 재보진 않았지만 일본에서 보행자 신호 시간은 확실히 한국보다 길었습니다. 보통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 '뛰어야 건널 수 있다' 혹은 '걸어가도 된다'를 판단하는데, 솔직히 한국에서는 횡단보도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뛰어야 건널 수 있습니다. 뛰어가도 점멸 신호를 보면서 건너는 경우가 많죠. 
 
일본은 달랐습니다. 제가 건너면서 '이렇게 걸어가도 괜찮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녹색 신호가 길었어요. 심지어 좀 떨어진 거리에서 횡단보도를 지났는데도 아직 점멸 신호로 바뀌지 않았더라고요. 유모차를 끌면서 걸음이 느린 아이와 함께 이동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큰 장점이었습니다. 체감상 한 10초 정도 더 길게 느껴졌어요. 정확히 잰 것은 아닙니다만...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1초당 1m를 걷는 것으로 적용해 보행시간을 계산한다고 합니다. 일부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노인보호구역에서는 1초당 0.8m를 적용하고요. 반면 일본에서는 전 횡단보도에 1초당 0.8m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초당 0.2m 차이지만 보행자가 느끼는 안정감은 매우 컸습니다. 첫 날에는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다보니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는데 둘째날부터는 마음 편히 걷게 되더라고요. 
 
큰 길을 건널 때는 노인들이나 짐이 많은 어르신이 신호 안에 건너지 못할까봐 불안한 마음으로 쳐다보게 될 때가 있어요. 제가 건널 때든 운전 중이든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일부 노약자 보호구역에 적용한다는 초당 0.8m 기준을 전 횡단보도에 적용해야 맞지 않을까요? 횡단보도에서는 일반인과 교통 약자 모두가 안전하게 건너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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