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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진

성과주의

2024-03-26 10:17

조회수 :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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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 어떤 사업이 잘 되고 있는지는 이직 시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이직이 잦은 편인데, 성과가 나오는 분야에서는 사람이 계속 움직이거든요. 한때는 증권사 투자은행(IB)이 그랬고, 또 어떤 해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이직 러시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자산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 분야가 그렇습니다. 
 
지난해 ETF 시장이 퀀텀점프를 하고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는데, 그만큼 임직원들의 이동도 늘었습니다. ETF시장 인재 이동은 재작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상무, 전무급 인사들이 움직이다보니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A운용사에서 ETF 사업을 이끌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B임원이 C운용사로 이직했다'. 이런 이동은 회사마다 하나씩 있을 만큼 많았고, B 임원이 C 운용사로 가면서 같이 일해온 팀을 데려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심지어 지난달까지 D사 사업부를 대표했던 인물이 하루 아침에 E사로 적을 옮기기도 합니다. F운용사에서 성과를 냈던 인물들 여럿이 현재는 각각 다른 운용사에서 높은 직책을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하죠.
 
지난해 네이버와 SK텔레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 인력 스카웃전이 벌어졌는데요. 네이버에서 AI 사업을 총괄했던 임원이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해당 임원이 있던 곳의 임직원 5명이 SK텔레콤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임원에 이어 해당 법인 직원들까지 사직서를 내자 네이버 측에서 AI 인력 영입을 중단하라고 경고한 것이죠. 해당 임원과 SK텔레콤이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당시 이슈가 있었던 직원들은 결국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느 쪽도 승자가 아닌 씁쓸한 상황이 된 거죠. 
 
나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주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너가 아닌 이상 이 회사에 남아 자리를 지킬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성과주의에도 약간의 상도덕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반 직원들의 이동 소식까지 외부에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면 그만큼 내외부로 갈등이 있다는 얘기겠죠. 핵심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서로 씁쓸히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여의도 바닥 정말 좁더라고요.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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