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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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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법률전문기자입니다.
일파만파 '티메프 사태'…피해 회복 가능할까

티몬·위메프, 돌려막기로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사태 촉발

2024-07-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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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사태로 촉발된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혹시라도 돈을 못 받게 될까 불안을 호소합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로 불리는데, 큐텐의 자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큐텐은 최근까지 나스닥 상장을 위해 여러 회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워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 사태는 최장 두 달이 넘는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판매자의 정산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새로 발생한 매출로 정산금을 지불하는 자금 운용 방식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을 이용한 겁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최근 쿠폰을 공격적으로 발행하는 등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은 큐텐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을 키워야 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단 소비자 환불은 조금씩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인데요.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결제대행사(PG사)들이 결제 취소를 재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PG사들이 결제 취소를 거부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를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위 규정은 결제대행업체의 준수사항으로 신용카드회원 등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따를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판매자 정산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기로 했는데요. 정부는 29일 오전 5600억원의 유동성을 즉시 투입하기로 한 겁니다. 이외에 피해기업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세금 납부 기한 연장 등의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자 환불도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관계사 등의 협조를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인데요. 피해 회복 방법으로는 우선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 조정 신청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집단분쟁 조정은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한 소비자 50명 이상이고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공통되는 경우 신청할 수 있는데요(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56조). 신청이 있으면 소비자분쟁 조정위원회가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일정 기간 참가 신청을 받게 됩니다. 이후 사건검토를 거쳐 분쟁조정 회의가 개최되고 조정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조정 결정은 당사자의 이의가 없으면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소비자기본법 제67조). 소비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8월1일부터 9일까지 집단분쟁 조정 신청자를 모집할 계획입니다.
 
당사자가 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결국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요. 소송절차는 매우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어 처음부터 집단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티몬이나 위메프와 거래를 해왔다면 승소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몇 년에 걸친 소송 끝에 승소하더라도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두 회사를 상대로 실제 집행이 이뤄지기까지는 큰 난관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회사가 자금 사정이 나아지거나 정책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질 때를 대비해 신속하게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계부처 2차 T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9일 정부가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한 가운데, 같은 날 구영배 큐텐 대표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 등 개인 재산까지 활용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구 대표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왔다면서 지금까지 사업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태의 극복이 가능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합니다. 정산일이 다가오는 미정산금이 계속 추가될 것이기 때문인데요. 만약 티몬과 위메프가 부도처리 된다면 미정산 대금의 일부를 떠안고 있는 PG사나 정산받지 못한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나눠서 부담하고 자금력이 없는 업체는 줄도산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사고를 낸 사람은 책임지지 않고 엉뚱한 사람들이 책임을 나눠서 지게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큰 자금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보다 우위에 서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것을 금지하고, 사고 발생 시 중개업자의 책임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인프라를 이용해 쌓아 올린 영향력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을수록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데요. 사기업의 특성상 방치하면 공정성을 잃기가 쉽습니다. 정부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기업이 내부적으로 준법감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조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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