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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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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심의 중요성

2024-08-26 17:15

조회수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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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삼국'.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어린 시절 처음 읽은 삼국지는 유비라는 '선'과 조조라는 '악'이라는 명확한 대비가 돋보였습니다. 인의를 무기로 내세운 유비 곁에는 목숨을 바쳐 그를 보필하는 관우와 장비라는 의형제와 조운이라는 충성스러운 부하, 그리고 제갈량이라는 희대의 천재가 함께 있었으니 말이죠. 반면 조조는 늘 비열하고 간악한 존재로 묘사되기 일쑤였습니다. 
 
세월이 좀 흘러 두 번째로 삼국지에 빠져들 때 쯤에는 온통 조조에 대한 팬심으로 가득찼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조조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했던 때였죠. 그는 1800여년 전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효율적이고 치밀한데다 틀에 갇히지도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뛰어난 멘탈의 소유자였습니다. 막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때라 조조가 요소요소에서 보여주는 지혜들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세 번째로 삼국지를 유심히 읽어보니 더 이상 유비는 인의만 내세우는 덕장이 아니었고, 조조는 효율적이었지만 잔혹한 인간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바로 유비라는 인간이 보여주는 극한의 '인내심'이었습니다.
 
삼국지 속 유비가 주인공으로서 최정점에 오르는 순간은 딱 한 번 나오게 되는데요. 한중을 놓고 조조와 생애 첫 대규모 맞대결을 펼쳐 그를 이기고 한중왕을 선언하는 그 장면이죠. 유비에 대한 평가가 박한 삼국지 소설이나 다양한 미디어믹스 콘텐츠들도 이 장면만큼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웅장하게 묘사하는 부분입니다. 
 
최근 많은 평론가나 작가들이 유비를 '인내심'이 정점에 다다른 전략가로 평하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확실히 얻기 위해 고지식하고 답답할 정도로 먼 길을 돌아가는 장면이 많이 나오죠. 특히 '인의'라는 단어로 포장이 된 채로 말이죠. 
 
그래서 인내심이라는 요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략과 책략의 요소와는 좀 맞지 않아보입니다. 하지만 절정에 오른 인내심이야 말로 인생의 최정점의 순간을 더욱 빛내주는 무기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자신의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비가 마지막에 마지막에 가서야 온전히 야심을 표현하는 장면은 당시에도 꽤나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왠지 모르게 '참고 산다'라는 말이 '손해 보고 산다'와 같은 의미로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인생의 최정점의 순간을 기대한다면 지금 좀 참고 견디는 것도 인생을 사는 좋은 지혜가 아
닐까 싶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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