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4만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가득 메웁니다. 프로야구 경기도 아닌 데 말입니다. 응원도 프로야구 경기 못지 않게 열광적입니다. 바로 일본의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농구 만화의 바이블로 '슬램덩크'가 있다면, 야구 만화의 바이블로 'H2'가 있습니다. H2 외에도 '메이저', '드림', '루키즈'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만화들이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모두 고시엔이 배경입니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 다이이치고를 꺾고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시엔은 일본에서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닌, 25년이나 역사를 이어온 유서 깊은 고교야구대회입니다. 본선 경기는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데, 시청률이 20~30%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 경기도 시청률이 10%면 많이 나오는 편인데 고교야구 시청률이 20% 이상 된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시엔이 한국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본 내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지난 23일 고시엔의 최정상에 섰기 때문인데요. 1915년 시작된 고시엔에서 한국계를 포함한 외국계 학교의 우승은 처음입니다.
고시엔의 일본 내 위상을 봤을 때 한국계 학교의 우승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관심 받을 만합니다. 일본 전역 3700여개 고교 야구팀 중 예선을 거쳐 49개교만 본선에 출전하는데요. 교토 지역 고교야구팀 73개교 중 1개교만 본선에 나갈 수 있는데, 교토국제고가 1등으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입성한 49개교 가운데 교토국제고가 우승했다니 대단한 일입니다. 1경기만 패배해도 바로 떨어지는 살얼음판인 토너먼트 특성상 교토국제고는 전승으로 결국 우승까지 차지한 겁니다.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고교야구 선수들의 투쟁 의지도 상당합니다. 언제 다시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본선에서 또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평생 한 번도 결선에 진출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고시엔에서 우승은 선수 개인적으로 봤을 땐 자신의 꿈이 이뤄지는 청춘의 한 순간 일 수 있는데요.
때로는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고시엔을 통해 자신의 고교 시절을 돌이켜보기도 합니다. 자신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나, 그리고 어떤 한 목표를 위해 얼마나 달려왔나. 이래서 일본인들에게 고시엔이 인기가 있나 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