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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건설사 임단협, `위임`하거나 `충돌`하거나

불황 보릿고개 넘기는 건설사 노조 돌파구는 `인내(?)`

2011-06-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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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장기불황으로 주요 건설사 노조들이 임금협상·단체협약에 임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사측에 단협안을 위임하거나 노사의 팽팽한 대립으로 협상진행이 더딘 건설사, 법정관리 등 위기상황에 봉착해 채권단과 직접 협상을 요구하다 채권단과 충돌하는 건설사 등 생존을 위한 강온양면의 전략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과 극동건설 노동조합은 임협과 단협을 사측에 위임했다.
 
◇ 현대·극동건설 "노조가 사측에 임단협 위임"
 
"한 아이가 잣가게에 들어가 물끄러미 잣을 쳐다보자 가게 주인이 한주먹 퍼다 먹으라고 했죠. 손이 작은 그 아이가 가만히 있자 손이 큰 주인이 한주먹 듬뿍 퍼서 아이에게 줬다는 옛날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최근 노조설립 23년만에 올해 임단협에 관한 일체의 사항을 회사측에 위임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임 위원장이 비유를 든 아이는 '노동조합'이고 가게주인은 사측, 특히 현대건설의 새주인이 된 '현대차그룹'을 말한다. 결국 노조는 큰손 현대차그룹이 참고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위임 결정에 대해 "최근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처할 수 있는 어려움을 고려해서 올해 회사와 그룹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노조에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000720) 직원들은 지난해까지 성과급 400%를 받는 등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시공능력 1위기업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왔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데다 올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과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그룹이 직원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여력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때문에 현대건설 노조는 임단협과 관련해 무리하게 사측에 많은 요구를 하기 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내년, 내후년을 바라보고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중견사 중에도 노조가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한 사례가 있다.
 
극동건설 노조는 지난 28일 현대에 이어 올해 임단협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측에 백지위임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건설업황이 어려운데다 은행권에서 건설사 신용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4월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사측이 극동건설 살리기에 적극 노력하는 모습에 노조가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형사 "협상 순조로워"..일부 건설사 채권단과 충돌하기도
 
두 건설사 노조는 공교롭게도 한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맹 소속이다. 이 연맹은 과거 민주노총 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불만을 갖고 탈퇴한 건설사들이 만든 것으로 건설노조 중 비교적 사측에 가깝고 온건한 성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두 건설사 노조가 지나치게 사측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기존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대형 건설사 노조들도 올해 임단협을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047040)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끝냈고 올해 임금협상도 지난 5월에 순조롭게 끝났다"고 말했다.
 
정의열 GS건설(006360) 노조위원장도 "보통 6월에 임금협상과 단체협약이 마무리 되는데 올해는 5월에 끝냈다"며 "GS도 지난 2005년 LG그룹에서 GS그룹으로 건설사가 편입되면서 임금협상 등을 사측에 위임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공능력순위 20위권 밖의 중견 건설사 노조들은 그룹지원을 받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곤 온도차가 확연하다. 사측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
 
대형건설사와 달리 해외 플랜트 등의 수주 실적이 약한 중견사의 노조들은 건설업계 불황이 직접 사측과의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능력순위 20위권의 A사 노조 사무국장은 "통상적으로 사측과 협상 타결까지 7~8회 교섭을 하는데 지난 20일쯤 2차협상을 마친 상태"라며 "건설업황이 좋지 않아 회사에선 참고 가자고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삼부토건(001470)과 같이 법정관리의 기로에 놓였던 회사들의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보다 채권단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박태옥 삼부토건 노조부위원장은 "최근 법정관리 철회가 결정됐지만 채권단에서 재무약정서를 별개로 만들어 채권단이 회사 경영에 일부 관여하려 한다"면서 "약정서에 비용절감, 인원재배치 등의 문구를 넣어 직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는 보통 3월말쯤 임단협을 시작해왔는데 올해의 경우 채권단과의 마찰로 지연됐다. 결국 예년보다 석달 가까이 늦은 이달 중하순에 임단협을 시작할 예정이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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