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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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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1년③)'장바구니' 물가인하 먼 얘기..독점 유통구조 '탓'

2012-07-0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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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EU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 1주년을 맞이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관세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FTA 발효 이후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인하됐음에도 가격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가격이 상승한 품목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점적 유통구조와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는 품목 중 유럽산 비중이 극히 적어 FTA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EU산 일부 품목은 오히려 '상승'
 
한EU FTA 효과를 소비자측면에서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FTA 관련품목 가격동향'자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전기다리미·전기면도기·전동칫솔·와인·위스키·유모차·샴푸·프라이팬·승용차 등 지난 3월 중순부터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된 수입 제품 중 소비량이 많고 인지도가 높은 EU산 9개 품목에 대해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솔라시모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의 경우, 지난해 7월 FTA 발효 이전 1만9500원에서 지난 14일 기준 1만5000원으로 하락, 23.1% 인하됐다.
 
벤츠 승용차(벤츠 E300)는 FTA 발효 이전 6970만원에서 6880만원으로 1.3% 가격이 떨어졌다.
 
전기면도기의 경우, 지난 3월 15일 이후 필립스 RQ 1260CC을 포함한 총 7개 제품의 가격이 3~5% 인하됐으며 전기다리미(테팔 FV9530)의 경우에도 지난 4월 7일 이후 가격이 26.5% 하락했다.
 
그러나 한·EU FTA 발효 이후 가격변동이 없거나 되레 가격이 상승한 품목도 적지 않다. 위스키와 맥주의 경우 물류비 등 원가 상승분이 관세인하 효과를 상쇄해 가격 변동이 없었다.
 
전동칫솔은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다. 브라운 오랄비 트라이엄프 4000 모델의 경우, 지난해 6월 14만8000원이던 소비자가격이 FTA 발효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15만9000원으로 상승했다.
 
수입업체 측은 "제품사양 업그레이드,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가격 자체가 상승해 소비자가격도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지만, 관세가 사라진 만큼 소폭이라도 가격이 내리길 바랬던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기는 역부족이다.
 
◇유럽산 비중 적은데다 독점적 유통 구조도 문제
 
서울 도봉구에 사는 주부 전씨(54)는 "한·EU FTA 발효 이후 생활에 밀접한 품목 중에서 와인 정도만 가격이 하락해 관세 인하 효과를 느끼고 있을 뿐, 다른 품목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세는 내렸는데, 소비자가격은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한-EU FTA 1년, 소비시장 변화와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EU산 제품 가격인하를 언제쯤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은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55.0%가 '2~5년 이내'를 선택했다. 그만큼 체감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아직은 다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요인도 있어 소비자들이 관세 인하 효과를 느끼기에는 아직은 제한적"이라며 "원화 약세 등 환율 영향도 있고 유럽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고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품목 자체가 적다"고 분석했다.
 
유럽산 위스키 등 일부 품목의 경우 FTA 체결에도 독점적 유통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여전히 높은 가격의 이유로 지적된다.
 
실제 공정위와 소비자단체 및 소비자원에 따르면, 유럽산 전기다리미는 평균 유통수익률이 129.6%에 달했으며 유통업자들이 중간에서 챙기는 마진은 원가의 1.3배에 달했다.
 
유럽산 프라이팬·위스키의 경우에도 수입·유통업체들의 독점적 유통구조로 인해 수입원가보다 각각 평균 2.9배, 5.1배나 높았다.
 
최성근 연구원은 "수입·유통업체들의 독점적 유통 구조로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유통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유통망의 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곽세붕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부처와 협조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비용 절감에 가장 효과적인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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