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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국정조사 마감) 새누리, 끝까지 국조에 부정적

"성공보수 바라는 변호사처럼 의혹 증인들 적극적으로 보호"

2013-08-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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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지난 3월17일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격적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당시 여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협박에 가까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새누리당은 결국 민주당이 강력히 요구해온 국정조사를 수용하고 정부조직법을 받아냈다. 당시 국정조사에 관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검찰수사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엉터리 수사와는 달리 검찰이 국정원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상당부분 밝혀내며, 최종 수사결과 발표 시기가 임박하자 새누리당은 딴죽 걸기를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전임 원내대표의 합의에 대해 "졸속합의"였다며 "정치적인 생각만으로 진행한 합의"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심지어 '검찰 수사 종료' 시점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끝나는 시점"이라는 말을 종종 하기도 했다.
 
(사진=김현우 기자)
 
새누리당은 6월14일 검찰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는 검찰의 수사 결과 자체를 부정했다. 검사출신으로 국조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증거를 통한 엄격한 기소가 아닌 논리적 비약을 통한 결론"이라며 "짜깁기"라고 폄훼했다.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에 민주당에선 점점 초강경 목소리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았고, 24일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조사를 결단할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편지에 박 대통령은 당일 처음으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고,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의 이런 '모르쇠' 입장 표명에 더해 국정원이 기습적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 민주당은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갔다.
 
6월25일 열린 민주당 긴급 의총에서 의원들은 "파쇼정치가 부활했다"며 '국회 연좌농성'·'장외투쟁' 등의 강력한 대응을 지도부에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의총 직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격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노력한다"는데 합의했고 다음 날인 26일 최종적으로 일정 합의에도 성공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의 범위에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매직' 의제를 넣을 것을 강하게 요구해 결국 관철시켰다.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은 한 신문이 검찰발로 보도했지만 검찰은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매관매직' 주장을 국정조사 기간 내내 지속해 나갔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표면적인 의지 표명과는 달리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인사들로 특위 위원들을 구성했다. 또 특위 구성 후엔 "김현·진선미 두 민주당 의원은 '여직원 감금'의 피고발인으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두 의원에 대한 제척이 없으면 국정조사는 없다"고 민주당을 압박하며 특위에 불참했다.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7월16일 열린 국조 특위 2차 회의에서 진선미 의원은 "해당 오피스텔 앞에서 머무른 시간은 겨우 5분"이라고, 김현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서 한 일이고 현장에 계속 머물지 않았다고 새누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청문회 파행'을 경고하며 두 의원에 대한 사퇴를 최종적으로 이끌어냈다.
 
이후 원칙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는 국정원에 대한 기관보고를 앞두고는 자신들의 비공개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불출석을 통보했다. 이자리에는 남재준 원장 역시 일방적으로 불출석했다. 결국 국정조사 진행에 관해서 '을'의 위치에 놓여있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비공개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4일 예정됐던 원세훈·김용판에 대한 청문회가 무산된 후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요구한 특위 차원의 동행명령장 발부에 대해 하는 수 없이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위 표결에서 새누리당 의원 단 한 명도 이에 찬성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파행'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국정조사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은 물론 국정조사에 대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 등의 부정적인 입장을 가감없이 내비쳤다. 또 국정조사 기간 내내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정하고, 국정원과 경찰의 행태를 두둔하는 데 몰두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증인 출석했던 지난 19일 청문회에서는 권 과장의 '능력'과 '자질'을 문제 삼았다. 조명철 의원은 "대한민국의 경찰이냐, 광주의 경찰이냐"고 출신 지역을 거론했고, 김태흠 의원은 "지금도 대통령은 문재인 의원이면 좋겠죠?"라는 헌법이 금지하는 '십자가 밟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는 "국선 변호인 같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한발 더 나아가 "국선변호에 비유한 건 약하다. 거의 성공보수를 바라는 변호사의 심정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더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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