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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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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3000억 딜레마 담배소송..이겨도 걱정, 져도 걱정

2014-02-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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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3000억원 규모의 '흡연피해에 따른 진료비 환수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가운데 건보공단의 승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소송의 승패에 따라 담뱃값 인상론과 흡연규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지만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이 신중론 주장하고 있어 소송이 끝까지 진행될지 미지수다.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흡연에 따른 건보재정 손실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건보공단이 국내 흡연자 130만명을 20년 가까이 추적해 폐암과 후두암 등의 발생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률이 2.9배~6.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이에 따른 건보재정 손실액을 1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회사로부터 담배에 따른 암 환자의 진료비를 환수하는 '담배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건보공단 이사회는 담배소송안을 최종 의결했다. 공단 측이 추산한 소송가액은 최소 130억원에서 최대 3326억원.
 
김 이사장은 14일 열린 건보공단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담배소송의 쟁점은 흡연·질병 간 인과성과 담배회사의 위법성"이라며 "인과성은 국내외 재판에서 이미 어느 정도 인정됐고 위법성 부분도 나름의 소송 전략을 준비 중이다"고 말하며 소송에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사회를 열고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담배소송' 안건을 의결했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월24일 열린 이사회에서 담배소송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New1
 
소송이 건보공단의 승소로 끝나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담뱃값 인상론과 흡연규제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소송을 계기로 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을 담뱃값 인상으로 충당하는 주장도 함께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담배소송을 두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담배소송의 사례를 봤을 때 소송이 장기간 진행될 게 뻔한 데다 승소 가능성이 적고, 패소하면 안 그래도 흡연자들의 반대여론이 드센 금연정책에 부담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청소년 흡연 등 금연규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담뱃값 인상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그러나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만약 패소할 경우 이 문제로 다시 소송하기 어려워지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담배소송이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만큼 일단 소송이 진행되면 승소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승소 확률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T&G의 '더원' 6종 제품(사진=KT&G)
 
이런 의견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에서 승소하면 담배사업자인 KT&G가 소송액을 내고, 건보공단이 패소하면 공단에서 소송액을 물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누가 승소하든 국가 재정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
 
민주당 이목희 의원도 "소송이 길어질수록 건보재정이 소송비용으로 낭비되고 국민의 세금이 자칫 로펌 배 불리기에 쓰일 수 있다"며 "승소를 확신할 수 없는 즉흥적인 소송보다는 중·장기적인 금연정책을 세워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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