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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삼성·SK, 반도체 패키징 사업 진출에 협력업체 '울상'

2014-09-29 16:50

조회수 : 1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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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접 후공정 라인 확보에 나서면서 후공정 협력사들의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고성능 모바일 메모리에 대한 패키징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협력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잔치에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그네틱스(033170), 윈팩(097800)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하는 일부 후공정 업체들의 패키징 라인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바일향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 호황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매출 비중이 줄고 있는 PC D램 물량 축소가 이들 업체의 실적에 직격타를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캐파도 한국에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후공정 협력사들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국내 반도체 패키징 시장 주요 4개업체(시그네틱스, STS반도체, 하나마이크론, 세미텍)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세계 시장 점유율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후공정 업체 중 하나인 윈팩의 경우 지난 2011년 매출액 382억원에서 지난해 27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패키징 가격마저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2011년 개당 304원이었던 패키징 단가는 2014년 현재 192원 수준이다. 가동률은 아예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3년 전까지만 해도 72%였던 가동률이 올해는 45%로 내려앉았다.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시그네틱스는 지난 2012년 연간 매출 규모가 3098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742억원으로 내려앉은 뒤 올 상반기에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동률은 55% 수준이다. STS반도체 역시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600억원 가량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패키징 업체들의 모바일향 제품 매출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지속적으로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시그네틱스 관계자는 "업계 전체에 걸쳐 모바일 패키징 물량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매출 및 가동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기술 트렌드에 따른 전략 변화라고 해명하고 있다. 두 업체는 통상 범용 메모리 패키지를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하고 프리미엄급 제품은 직접 후공정 처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사용해왔다. 최근 고성능 D램, 낸드 등 모바일 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면서 자체 후공정 처리 물량이 늘었고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의 실적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나노 모바일D램을 비롯해 서버향 제품의 경우 웨이퍼 가공시 특수한 장비와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투자를 단행하기보다 이미 기술력을 갖춘 해외의 패키징 업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애플 등 실적의 당락을 좌우하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제품 스탠다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중국 충칭 후공정 공장 준공식.(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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