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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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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당국 성과주의 압박에 '긴장'

노조에 막혀 우회책만 제시…"정부-노조 차원의 타협 필요"

2016-02-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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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성과주의 도입 방안을 금융공공기관부터 권고하고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당국의 눈치를 보며 잇따라 성과주의 도입 움직임을 보이지만 우수 성과자에 대한 인사상 이익을 제공하는 등의 우회책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등의 성과주의 도입은 노사 합의 없이는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노조의 반발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주의 도입을 위해 노조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은행들은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큰 타협을 먼저 이뤄지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추진키로 했다. 최하위·기능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성과연봉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는 기업은행을 비롯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을 필두로 임금체계를 우선 개편한 후 시중은행이 뒤따를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은행권 가운데 당장 시범 대상인 기업은행(024110)은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노사간 성과주의를 확대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국이 발표한 대로 개인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성과주의를 확대하는 것은 노사 간 합의 사안인데, 노조 측이 개인 평가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고 말했다.
 
예의주시하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정부의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성과주의가 은행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노사 합의 없이 사측의 권한만으로 행사할 수 있는 성과제는 제한적"이라며 "노사와 협의하라며 은행들의 과제로만 돌리지 말고 정부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주의 도입 방안이 발표되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임금체계는 노사가 자율로 결정할 문제지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할 권리는 없다"며 "금융위의 초법적 임금통제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철회를 분명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공공기관은 지난해부터 규모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 적용함에 따라 금융공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평균 3%보다 낮은 2%의 임금인상률을 통보받은 상태"라며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성과연봉제 확대를 거부하고 초법적 임금통제를 분쇄하기 위해 총력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은 성과주의 도입을 강력 주문하는 정부와 이에 강력 반발하는 노조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특별승진 카드라는 우회책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KEB하나은행은 탁월한 영업 성과를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을 은행 창립 이래 최초로 특별승진을 시켰다. 신한은행 역시 8명의 직원에 대해 특별승진을 실시했다. 한국SC은행은 작년말 4년만에 뽑는 공채 신입행원 50명에 연봉제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이 본점 일부 부서장을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은행의 비용만 늘어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 도입을 공기업에 우선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정기 임금단체협상은 지난달에 이미 끝났기 때문에 공기관이 내놓는 규모를 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노조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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