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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

실수연발 알파고에 이세돌 1승 '2연승 노린다'

알파고 왜이러나 '실수연발'…이 9단 안정적 운영으로 1승 거머줘

2016-03-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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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상대로 한 네 번째 시합에서 드디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알파고는 기상천외 한 수로 이 9단을 여러차례 당황시켰지만, 87번째 수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역전패를 허용했다. 사람을 상대로 한 대결에서 처음으로 돌을 거둔 것이다. 알파고는 승리 확률이 10% 미만이라고 판단되면, 자동으로 돌을 거두도록 설계돼 있다.
 
13일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이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지난 세 경기에서 알파고에게 모두 패배해, 오늘 시합도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합 후반 알파고가 실수를 계속해서 연발했고, 결국 자멸하고 말았다.
 
이날 흑을 잡은 알파고가 첫 수로 우상귀 화점을 잡으며, 대국 시작을 알렸다. 이 9단은 좌하귀 화점으로 응수했다.초반은 2국 때와 유사한 포석으로 진행됐다. 12수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이 9단이 2국 때와는 다른 수를 보여주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초반 형세는 알파고가 유리했다. 알파고의 새로운 시도들이 그대로 먹혀 들어가면서, 판을 이끌었다. 이날 현장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알파고 입장에서 보면 잘 짜여져 있는 것 같다"며 "중앙에 흑이 두터워졌고, 그 흐름이 상당히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이 9단은 시간 관리에 실패했다. 계속해서 1분 안에 수를 두는 알파고와 달리 이 9단은 장고 하는 횟수가 많았다. 남은 시간의 차이는 중반전 이후부터는 40분 가까이 벌어진 상태에서 시합이 진행됐다. 이 9단은 결국 시합 시작 2시간 만에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때 알파고의 남은 시간은 1시간이 넘었다.
 
경기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이 9단의 형세는 불리해졌다. 시합 시작 후 2시간이 가까워지자 알파고의 우세로 굳어졌다. 이때 알파고는 이 9단보다 10~15집 정도 더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세돌 9단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네번째 대국을 위해 대국장으로 향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알파고의 87번째 수가 패착, 경기 후반 역전 기회 차단
 
시합 후반에 접어들자 양상이 뒤바꼈다. 알파고가 갑자기 비상식적인 수를 연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설자들은 컴퓨터 오류에 가까운 수를 둔 것 같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송 9단은 "알파고의 수에 대해 인간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해도, 최근 세 번의 수는 정말 이상한 수"라고 설명했다.
 
이때부터는 이 9단이 유리한 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송 9단은 "지금은 알파고가 돌을 거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실수를 적극 활용하며, 승기를 잡아 나갔다. 매우 유리한 형세를 보였지만, 이 9단은 방심하지 않고 경기를 차분하게 운영해 나갔다.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87번째 수가 이번 시합의 승부를 갈랐다고 설명한다. 87번째 수가 알파고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던 것이다. 송 9단은 "이 9단의 승부수가 통했고, 알파고는 고장이 난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이상한 수를 계혹해서 뒀다"고 말했다.
 
이날 시합은 지난 세 번의 대결과는 다르게 이 9단리 평소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3연패를 경험한 만큼, 이 9단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바둑을 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이 9단은 지난 시합들과 비교해 초조함과 불안함이 덜한 듯 보였다. 송 9단은 "초반 이 9단이 안정적으로 시작했고, 무난히 착점했다"며 "이 9단이 후반 절묘한 수로 판을 흔들었고, 알파고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면서 경기 결과가 바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9단은 지난 1국과 2국, 3국에서도 모두 알파고에게 불계패했다.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 오판한 탓이 컸다. 1국에서는 186수 만에 흑 불계패했으며, 2국에서는 알파고의 변칙적인 수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211수 만에 돌을 거뒀다. 3국에서도 알파고의 완벽한 수읽기에 이 9단은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벼랑끝에 몰렸던 이 9단이 이날 4국에서는 승리를 거둬들임으로써 우리 인류의 자존심을 지켰다. 마지막 5국은 오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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