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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또 터진 중동이슈, 사우디 테러에 국제유가 '심상찮다'

정부 비축유 방출 검토…전문가들 "사태 장기화 가능성 낮아"

2019-09-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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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글로벌 석유시장에 대형 악재가 터지며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세계 최대 규모 석유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고 가동을 멈춘 탓이다. 당분간 국제 원유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 정부도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16일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 초반 19.5%(11.73달러) 급등해 배럴당 71.95달러까지 올랐다. 1988년 선물거래 시작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도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장 초반 15.5% 올라 배럴당 63.3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 내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예멘 후티 반군이 보낸 드론 여러대가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석유시설을 공격해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격받은 석유시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두 곳으로, 화재 이후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은 각각 하루 최대 700만배럴, 15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해왔다. 이번 피습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하루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570만 배럴(세계 산유량의 5%)의 원유가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화재를 빠르게 진압한 만큼 석유시설도 조만간 정상화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이날 국제유가에 미친 충격파는 적지 않았다. 
 
특히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서는 사태의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그레그 뉴먼 오닉스 원자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피해가 단기간에 복구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크리스티안 말렉 JP모건 연구원도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앞으로 3∼6개월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손놓고 있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나라 원유수입국 중 가장 많은 비중(28.95%)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원유도입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다. 국제유가의 단기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부는 정유업계와 협력해 기타 산유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국제유가 변동이 가져올 수 있는 국내 석유가격 변동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 비축유 2억배럴을 방출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피할 수 없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축한 원유량도 수백만배럴에 달해 가격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오늘 국제유가 선물가격이 급등한 것은 앞으로의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 장기적으로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과잉 상태여서 이번 사태로 물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복구 시점이 관건이 될 것 같다"며 "한동안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공급 차질이 해소되면 가격도 안정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의 비축유 방출이 거론되고 있고 이란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미국은 국제유가 급등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응책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하고 필요하다면 시장 공급 안정을 위해 충분한 양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락비축유 보유량 6억6000만배럴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세계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면 전략비축유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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