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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위기가 곧 기회"…전자업계, '마의 2분기' 넘으면 희망 보인다

프리미엄 TV·5G 스마트폰 강화…'실적 악화' 2분기 정면 돌파

2020-05-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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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권안나 기자] 국내 전자업계가 올 1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에도 활짝 웃지 못한 이유는 '마의 2분기'를 넘어야 하는 부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2분기 최대한 선방하고 코로나19 확산 바람이 잠잠해진다면 여세를 몰아 3분기부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7조1657억원과 5748억원으로 삼성은 지난해 2분기(6조5971억원)보다 오르고 LG는 전년 동기(6522억원)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과 LG 모두 지난 3월 시작된 북미·유럽·남미·동남아 등 해외공장 생산 차질 여파와 전 세계 소비 감소 추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2분기가 올해 판세를 가늠할 주요 고비처이자 꼭 넘어야 할 승부처다.
 
먼저 양사의 핵심 사업이기도 한 TV 부문은 1분기부터 해외 생산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고 판매 매장이 셧다운 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애초 기대했던 도쿄 하계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가 대회 연기로 물거품 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700만대, LG전자는 25% 하락한 467만대로 전망한다"라고 예상했다.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위)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스마트폰 부문도 전 세계 코로나19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주요 소비 시장인 미주·유럽 시장이 코로나19로 휘청이면서 전작보다 판매량이 20%가량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전반적인 시장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으며 20분기 연속 스마트폰 부문 적자 불명예를 썼다. 막상 해외 생산 기지를 재가동해 물건을 생산해도 팔 곳이 없다는 말이 현실인 요즘이다. 박강호·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6321만대로 전년 대비 17.1% 감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생활가전의 경우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원격 교육 관련 IT 제품과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위생 가전 등을 통해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완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2분기에는 코로나19 피해가 큰 해외 사업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형 유통매장이 여전히 닫혀있고, 위축한 소비심리도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하지만 2분기 이후 대기 수요가 풀리면서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코로나19 사태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한 반도체 사업은 견조한 시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증가로 서버와 PC 수요가 지속되고 온라인 서비스 기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형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를 제외하면 올해 5% 감소하지만, 메모리를 포함하면 지난해 보다 2.5%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삼성전자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불확실성 속에도 급격한 시황 변동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전반적인 업황이 우호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업계 모두 쉽지 않은 2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나 이번 고비만 넘기면 도약이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올여름 내 사그라들면 2분기 실적 부진은 장기적 흐름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3분기를 기점으로 그간 잠재됐던 '보상 소비' 심리와 나라별 전개되고 있는 경기부양 정책 등의 효과가 드러난다면 역성장의 기운은 2분기를 끝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고 있다. 기업마다 대응 방안이 다르겠지만, 이전에도 이러한 위기 때마다 대처를 잘하는 기업이 나중에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누렸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국가별 상황에 맞게 TV 부문 홍보 전략을 다시 세우고 폴더블·노트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모델과 중저가 5세대(5G) 이동통신폰 도입을 확대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지난해 13%였던 주요 선진 시장에서의 5G폰 매출 비중을 올해 30%까지 끌어올려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맞춤형 전략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충분히 2분기 이후 반전을 꾀할 수 있다. 생활가전 사업에서는 늘어나는 온라인 판매 비중에 주목하고, 온라인 채널 확대 마케팅 강화에 방점을 둘 예정이다. 또 원격 교육과 건강관리 가전 등을 앞세워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사업은 고사양,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리소스 최적화에 주력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성장 가속화를 위한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 규모인 5조36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연간으로도 투자액이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김광연·권안나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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