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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chahn@etomato.com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론)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의 실효성을 묻는다

2022-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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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檢搜完剝)이라니… 언어의 마술사들이 만든 말이다. 검찰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구상은 검찰청사가 법원청사와 대등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혁명이다. 어쩌면 민주당은 바둑의 수순을 거꾸로 두고 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지우려는 검찰로서는 조직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행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아직도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다시 검찰수사권을 수술대에 올려서 파란이 일어난다. 일반범죄에 대하여 수사재량을 가진 경찰이 신뢰를 받고 있는가도 쟁점이다.
 
지난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법안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를 경제와 부패, 공직자, 선거, 대형 참사, 방위산업 등 6대 범죄로 제한하였다. 검찰개혁을 겨냥한 이 조치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결과, 사건 당사자들은 경찰과 검찰을 오간다. 경찰이 사건 접수 자체를 반려하거나 불기소·불송치를 일삼는 경우도 빈발하면서 불신이 쌓인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검수완박’을 목적으로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 법률안 ㈑특별수사청 설치·운영 법률안 등 4개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들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통과되면 경우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법안들이 성사되더라도 해당 수사청과 경찰의 공소 기능은 당연히 헌법에 따라 제한된다.
 
대검찰청은 지난 8일 "민주당 법안이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다. 헌법상 검사의 기능을 부정하고 검찰제도의 본질과도 상충해 위헌 소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은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재가했다. 검사들의 지적대로, 현행 헌법 제12조(신체의 자유)③ 및 제16조(주거의 자유)는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검사에게 영장청구 기능을 맡긴다. 이는 검사가 기소를 전담하는 기소독점 주의의 근거이다. 그러나 같은 조항들은 검사를 수사 주체로 명시하지 아니한다.
 
헌법상 제약을 피하기 위하여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이 수반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영장을 요하지 아니하는 기소는 물론 위헌이 아니다. 또 검사가 반드시 '검찰청'이라는 기관에 몸을 담을 필연성은 없다. 헌법은 검찰청이 아니라 ‘검사’를 영장과 기소의 주체로서 설정하므로 법률로써 경찰청이나 특별수사기관(환경청, 식약청, 관세청 등)에 검사를 소속시켜 영장청구와 기소를 맡길 수도 있다.
 
다른 나라 검찰과 검사 운용 실태는 타산지석이다. 일본의 형사소송제도를 거의 그대로 답습한 한국은, 지방검찰청 아래 438개의 구검찰청까지 설치하여 검찰공화국(The Republic of Prosecution)으로서 손색이 없는 일본을 닮았는지, 검사의 지위가 판사급이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미국연방검사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미국의 30개 주에서는 주민들의 선거로 검사장을 뽑는다.
 
영국·독일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고, 수사보완을 요청하며 공소를 담당하지만, 직접 수사권이 없다. 영어에서 'prosecute'라는 말은 본래 수사라는 뜻이 없고 '기소한다'는 뜻을 담는다. 미국연방검사는 자체 수사권이 있지만 연방수사국(FBI)의 조력을 받는다. 미국(연방 및 주정부)에서 중대범죄는 대배심의 판단에 따라 기소된다. 프랑스에서는 중요한 사건의 경우, 검사가 법원 소속 수사판사에게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판사가 수사와 기소를 맡는다.
 
법조인은 전문성 때문에 의사처럼 일정한 자격을 구비하여야 하지만, 기소독점주의나 검사동일체 원칙 내지 임명직 일변도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EU검사를 별도로 두어 EU사건을 맡긴다. 영국법계에 속한 뉴질랜드는 인구가 300만 명임에도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경찰기소관이 대부분 이를 소추한다. 5% 내외의 중대사건은 외부 법무법인과 기소계약을 맺는다. 이 계약에 연간 4천만 달러(NZ)가 든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 정치권은 검수완박을 온전히 성사시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 제도 전반을 수선하지 않으면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기이한 수순을 보면, 이번 검수완박 전쟁은 검찰개혁 자체보다는 공수처 존치나 요인 신변보호 등의 목적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타협하거나 성동격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 전쟁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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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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