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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카페 진상 고객에 대한 거부권도 필요하다

2023-02-06 18:30

조회수 : 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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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 왜 치웠어? 건방지게 사람 물건 막 만지고 치워도 되는거야?"
 
60대로 보이는 한 어르신이 스타벅스 카페 알바생을 크게 혼내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카페 알바생은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서 다른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어 치웠다"고 얘기합니다. 어르신이 오기 전 그날 테이블에서 놓여있던 것은 아메리카노 한잔, 영수증, 장갑 한켤레가 전부였습니다.
 
그 어르신은 카페에 자주 출석 도장을 찍는 단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단골치고 카페 알바생들은 그분이 올 때 두려워합니다. 카페가 문여는 시간 쯤인 이른 9시경부터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놓고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운 후 점심이 지난 오후에서야 등장하기 때문이죠. 
 
일종의 카페 자리 맡기 행태가 카페에서 공부하는 2030 중심 카공족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날 알게 됐습니다. 어르신 사례의 경우 장시간 비워놓고 손님이 앉을 기회를 빼앗은 사례에 속합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바생들에게는 이러한 진상들의 등장이 가혹합니다. 이들에게는 거부권이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어떤 이는 다른 자리에 착석한 고객에게 "시끄럽게 할거면 나가달라"고 요청해 골머리를 앓았다는 카페 주인의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동네에 작은 개인카페를 운영중인 한 자영업자는 "2500원짜리 음료 한잔에 노트북 꽂아놓고 점심먹고 다시 들어와 오랜 시간 자리를 점유하는 학생들이 주로 많다"면서 "어제는 50대 아저씨 두명이 음료를 안시키고, 한참을 앉았다가 얘기만 하고 가기도 했다. 가는 모습을 보니 대형차를 타고 가시던데, 3000원 차값내기는 힘드신가보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외에도 카페 장식용품을 가져가거나 외부 음식 반입후 취식, 소수 인원이 여러 좌석을 점유하는 행위 등 카페 진상 형태는 다양합니다. 
 
자영업자들은 진상 손님들에게 대항할 방법이 딱히 없어서 답답하다고 얘기합니다. 오히려 손님들에게 불만을 얘기했다가 되려 카페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걱정이 더 크다고 합니다. 일부 카페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1인1메뉴 주문하도록 하는 룰을 정해놓기도 했지만 야박하게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습니다. 
 
거부권은 손님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필요해 보입니다. 나의 권리를 요구하려면 그만큼 상대방의 권리 역시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당장 강제적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님들 스스로가 에티켓을 지키는 일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인데요. 코로나19 여파에 고물가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손님들까지 힘들게 한다면 내 동네 카페가 더 많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서울의 스타벅스 카페에서 한 손님이 자리를 점유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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