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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레트로 감성이 시장에 통한 이유

2023-03-04 23:18

조회수 : 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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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길을 가다 친구들과 간판도 없는 술집에 들렀습니다. 덜덜 거리는 선풍기에 10인치 남짓한 TV가 지지직 거리며 옛날 만화를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요술공주 밍키'가 방영중입니다. 입구 초입에는 달고나와 왕반지 사탕도 팔고 있었습니다. 
 
연이은 일들에 심신이 지쳐있을 때였는데 우연히 발견한 레트로한 감성의 이 술집에 있으니 잠시 과거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낮은 좌식 탁자부터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스도 따로 마련돼 단순히 술을 마시러 왔다기보단 여행을 온 기분이 들어 그날 하루가 더욱 특별히 기억됐습니다.
 
레트로(복고) 감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뜨겁게 인기를 끄는 중입니다. 최근 방영된 슬램덩크의 경우 박스오피스 1위를 오랜 기간 달성하며 극장가를 달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던 때 만화책과 만화영화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연재 당시 전세계 누적 발행부수가 1억 2000만부를 넘기는 등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대중 음악쪽에서도 레트로 감성을 부각한 앨범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진스의 '디토'는 음악 채널에서 10주 연속 1위, 누적 재생 2억회 돌파하는 등 흥행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뮤비를 보면 90년대 인기를 끌던 캠코더 화면으로 연출돼 옛스러운 느낌이 더욱 강조됩니다. 여기에 화면 효과를 나타내는 촬영 애플리케이션의 디토 필터, 캠코더, 필름카메라도 같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디토 필터는 선명한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비교적 저화질의 흐릿한 화면을 연출해 과거 추억을 되살립니다. 1020세대들에겐 옛 감성이 참신함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슬램덩크와 뉴진스를 접하고 신선함을 느낀 이들은 관련 굿즈까지 사며 추억을 봉인하기도 합니다. 
 
레트로 감성이 늘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아닙니다.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는 초반 등장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지금은 명맥을 근근히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 충전과 미니룸, 아바타를 비롯해 다이어리, 사진첩 등을 복원해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완성된 상태가 드러나 양치기 소년 논란이 일었습니다. 콘텐츠 경쟁력과 기술 안정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옛 감성을 역이용해 상업적 측면에서만 수익성을 노린 시도도 이용자들의 실망을 키운 요인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익숙해집니다. 레트로 감성이 빛나려면 과거의 추억을 잘 담되, 더 나아가 새로운 감각을 입고 진화해야합니다. 레트로를 경험해 보지 못한 1020세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감성 한 스푼을 더하려는 시도가 필요해보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비하인드를 담은 책 '슬램덩크 리소스'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사진은 2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슬램덩크 리소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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