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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과거사 피해자들, 언론도 밉겠다

2차 가해 양산하는 정부·언론…"역사를 부정하는 친일 안 된다"

2023-03-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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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언뜻언뜻 보이는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잠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언론이 참 밉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특히 보수 언론은 최근 들어 과거사 피해자들을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피해자 혹은 유가족을 인터뷰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찬성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21일자 중앙일보는 <100세 징용피해자 "일본엔 화나지만…국가발전 위해 화해, 어쩔 도리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 유사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선일보도 지난 15일 <[단독] 강제징용 유족 3인 "일, 용서 힘들지만 이제는 매듭짓자">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보수 언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국가를 위해, 정부의 해법을 수용한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 <[단독]강제잉용 유족 3인 "일, 용서 힘들지만 이제는 매듭짓자")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쳐)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피해자의 생각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피해자들, 피해자들의 유가족 저마다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보수 언론이 이런 피해자들의 목소리만 부각시켜 내보낸다면 현 정부의 해법에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맙니다. 정부의 해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 피해자'가 되니까요.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검열하고, 반대하는 생각을 표현할 수 없도록 하는 교묘한 수법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도 2차 가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일관된 태도를 버렸다면, 언론은 이를 비판해야 합니다. 일제 강점기는 엄연히 존재했고, 한국은 피해자라는 사실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진보나 보수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 정권을 거쳐 온 우리 사회의 상식이었습니다. 언론도 이 상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진영에서 대통령경선 후보까지 지낸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의 진실은 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이 허구한 날 일본의 사과와 배상에 매달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고, 2018년의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과 상충되는 문제도 알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가 잘못된 것도 맞는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 진실마저 부정하려는 일본에 저자세를 취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독도, 위안부, 강제동원,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등 주권과 역사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단호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그게 순국선열의 혼에 부끄럽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강제동원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닥치고 반일'도 안되지만, 역사를 부정하는 친일도 안 된다"고 충고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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