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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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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디아블로 혼자 하고 싶다

2023-03-24 17:07

조회수 : 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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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4' 오픈 베타를 하루 앞두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지난 주말 얼리 엑세스 때 느낀 낯설음 때문입니다.
 
블리자드는 드넓은 땅을 로딩 없이 마음껏 누비고, 정해진 순서가 아닌 비선형 방식으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오픈 월드'를 이번 작품의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또 2편처럼 음산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해, 실시간 액션 롤플레잉 시대를 연 '근본 게임'의 무게감을 보여줬습니다.
 
메피스토의 딸이자 성역의 어머니인 '만악의 근원' 릴리트. (사진=디아블로 4 웹사이트)
 
하지만 이런 느낌은 성역(천상과 지옥의 중간지대인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는 중국어와 영어 이름 캐릭터들이 반감시켰습니다. 디아블로 4에는 싱글 플레이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디아블로의 매력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어두움의 끝을 보여주는 세계관, 세상을 구할 영웅은 나뿐이라는 사명감 내지 부담감, 어서 만악의 근원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초조함 등이 겹쳐 이야기 전개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아도 남의 캐릭터들이 쉴새없이 돌아다니는 시장통 같은 마을에서 고독과 음울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3편도 온라인 접속이 필요했지만 혼자 하는 방식과 최대 4명이 한 방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을 보니 누군가 "이 X 같은 세상에서 나 홀로 영웅이 되어서 악을 소탕하는 분위기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필드에 몹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댓글이 있더군요.
 
블리자드 코리아에 고독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대답을 정리하면 '디아블로 4를 발표할 때부터 오픈 월드를 내걸었기 때문에 혼자만 하는 선택지는 없고, 그에 대한 불만은 적다'는 겁니다. 오픈월드를 전제로 발표와 개발을 했기 때문에 이런 질문하는 기자가 제가 처음이라고도 했습니다. 1편부터 시리즈를 즐기던 게이머도 있지만 새로 진입하는 사람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럼 '남의 캐릭터 이름이라도 가릴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선 할 수 있지만 이번 작품도 그럴 지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저는 25~27일 열리는 오픈 베타에서 설정 창을 자세히 살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디아블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즐길 이유가 뚜렷합니다. 대악마 메피스토의 딸이자 '성역의 어머니'인 릴리트 추격에 집중하다 보면, 남의 캐릭터들이 민망하고 우스꽝스런 이름을 달고 돌아다녀도 참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성역의 어머니가 악마인데 아버지는 누구나고요? 천사 이나리우스입니다. 천상과 지옥의 영원한 분쟁에 환멸을 느낀 일부 천사와 악마가 성역을 만들었는데, 인간이 이들의 자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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