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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술 유출, 솜방망이에 그치는 이유

2023-06-08 14:56

조회수 :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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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산업 기술의 해외유출 범죄 처벌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그 이유로 법정형에 비해 양형기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합니다. 해외 유출 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 6개월이며, 가중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건의 배경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데 비해, 기술유출 시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처벌수준이 낮은 이유로 △법정형 대비 약한 수준의 양형기준 △악용될 소지가 크고 불합리한 형의 감경요소 등을 꼽았습니다.
 
대만이나 미국 등 주요 경쟁국의 경우 간첩죄 신설 또는 범죄 피해액을 고려한 양형기준 가중 적용을 통해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는데요. 한국도 △양형기준 상향조정 △감경요소 재검토 등을 통해 실제 처벌 수준을 높이고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총 87.8%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반면 실형과 재산형(벌금 등)은 각각 2건(6.1%)에 그쳤습니다.
 
기술대국인 미국의 경우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해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고, 이 경우 188개월(15년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국외유출 1건당 피해액(약 2.3억불)에 미국의 연방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면, 32등급 범죄행위에 해당해 121개월(10년1개월)에서 262개월(21년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셈입니다.
 
현행 양형기준 상의 감경요소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한 실제 처벌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관리자가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해 행하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상 형의 감경요소를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인데요.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판결문 60건에 기술된 감경요소 중 △형사처벌 전력 없음(32건) △진지한 반성(15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기술유출 범죄는 범행동기, 피해 규모 등이 일반 빈곤형 절도죄와 다르기 때문에 초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등 현행 감경요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첨단기술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이에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는 개별기업의 피해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훼손을 가져오는 중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기술 유출 시 적용되는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감경요소도 제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술 유출 증거물.(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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