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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벼랑 끝에 선 한전

2023-10-05 18:12

조회수 :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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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시가총액 2위에 빛나던 한국전력공사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국제연료 폭등의 영향으로 누적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적자도 47조원에 달합니다.
 
한전의 적자는 2021년부터 가속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에 기인합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2020년 대비 7.7배나 치솟았고 석탄은 6배, 유가도 2.3배 크게 늘었습니다. 이에 한전은 2021년 5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32조7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적자를, 올해 상반기에는 8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한전은 하루 이자만 118억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족한 자금은 사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데, 20조9200억원의 자본금이 있어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100조를 조금 넘는 규모의 사채 발행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한 모습입니다. 현재까지 한전의 사채발행 잔액은 80조1000억원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적자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추가적인 한전채 발행이 막히게 됩니다. 
 
이는 더 이상 자금조달이 불가능해 진다는 의미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고 미룬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매우 저렴합니다. 2022년 기준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내 30개국 중에서 28위로 OECD 평균 대비 54% 수준입니다. 국내 전기요금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본브라이트(Bonbright) 교수는 지금까지도 널리 통용되는 바람직한 공공요금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바로 사업자의 판매수입 안정성입니다. 전기요금은 전력공급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가 회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전기요금 조정 이력을 보면 전력공급비용 변동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전기요금은 소폭 늘거나 동결돼 왔습니다.
 
에너지 소비량의 94.8%를 수입하는 등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한국이 물가 안정, 국민 부담 등 정치적인 이유로 공공요금의 대원칙을 무시한 채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러왔습니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에너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경상수지 적자로 환율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물가도 오를 수 있다"며 "한전 적자가 커지면 한전채 발행도 늘어 시장금리를 높일 수도 있는 만큼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수장조차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연일 치솟는 소비자물가,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 등이 전기요금 인상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미뤄왔던 전기요금을 정상화 해야할 필요성은 높지만 물가와 실질임금을 들여다보면 이래저래 한숨만 나오네요.
 
5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21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47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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