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오이타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도로에는 경차가 대부분입니다.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중심으로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데요. 우리나라 경차 보다도 작은 차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로 위 자동차들.
일본에서 유독 경차 인기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 일본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 수준으로 높습니다. 10%(약 8%)도 안 되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에서 경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세금 때문입니다. 일본 자동차세는 경차와 일반 승용차가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경차는 매년 1만800엔을 내는 반면 경차 이외의 차는 배기량에 따라 2만5000~11만엔을 냅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낮아지는 우리나라 자동차세와 달리 일본은 더 비싸집니다. 휘발유차의 경우 13년이 넘으면 자동차세가 15% 증세됩니다.
자동차 정기 검사비용도 상당합니다. 검사를 받으려면 책임보험에 가입해야하고 차량 무게에 따른 중량세와 검사수수료 등을 지불해야합니다.
경차는 세금에서 유리한데다 대도시를 제외하면 차고지증명도 필요 없습니다. 일본 아파트 또는 빌라는 기계식 주차장인 경우가 많은데 규격이나 중량(무게)이 정해져 있어 작고 가벼운 경차가 유리하죠. 경차를 제외하고도 토요타 '알파드'처럼 밴의 길이와 폭이 크지 않은 것도 기계식 주차장 규격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경차 시장이 확고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신형 경차를 만들어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으로 대변되는 장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낮아진 점도 경차가 선호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이에 자동차 교체기간이 길어졌고 오랫동안 타야 할 자동차이기에 넓은 실내공간과 실용성이 좋은 경차, 특히 박스카 형태의 경차가 많은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차는 점점 커지는 반면 주차장 크기는 비좁은데요.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 모닝 등 3종뿐입니다. 운전과 주차, 그리고 세금에서 유리한 경차인 만큼 다양한 형태의 차종이 나와 경차 시장이 부활하길 기대해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