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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전공의 없이 '2~3주' 한계인데…전임의 집단행동 '촉각'

고개 드는 '의료대란'…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2024-02-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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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속출하면서 '의료대란' 우려는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정부의 비상진료체계 가동에도 2~3주 뒤면 대형병원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는 만큼,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병의원 이용을 당부했습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근무지 이탈로 병원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한계 기간은 '약 2~3주'라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더라도 사실상 상급종합병원별로 30~4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전공의들 없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전공의들이 개인 휴가 등을 사용하며 파업을 진행했던 지난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는 상황으로 더 거센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각 병원에서도 급하지 않은 수술은 뒤로 연기하고, 당직에 교수들을 대거 동원하는 등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20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가운을 입은 전공의들이 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 차질 현실화…피해 폭등하나
 
20일 오전 6시 기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로 인해 피해 접수도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공의 파업이 본격화하기 전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103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업무복귀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본격적인 집단행동이 시작하기도 전 피해 신고 건수는 34건에 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수술 취소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이 복지부에 접수됐습니다. 복지부는 피해 환자들의 치료에 공백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더욱이 필요한 경우 소송까지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들은 환자의 곁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할 때"라며 "의대 정원이 증원되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를 생각하면 전공의들의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사 소통해야"
 
전공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한 가운데, 전임의를 비롯한 예비 전임의들까지 나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를 의미합니다.
 
82개 수련병원 전임의와 예비 전임의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의료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은 현재 낮은 필수의료 수가 및 비정상적인 심사평가원 심사 기준 등 의료계의 현실과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야기될 앞으로의 대한민국 보건현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있다. (의사를)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며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전임의들은 "소통 없이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명목 하에 장기적인 의료 문제를 야기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해 의료 혼란과 공백을 초래한 복지부는 의료인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중단하라"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보건 정책을 위한 의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일 오전 제주대학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정형외과 응급 수술을 기다리다가 결국 타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
 
"대형병원 혼란…경증은 병의원으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 일정이 밀리는 등 의료 차질이 빚어지자, 경증 환자에 한해 병의원 이용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형병원이 중증·응급 환자를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조치입니다. 전공의 집단 이탈의 여파로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서 의료서비스 선택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 현장에 남은 의료진은 병원을 떠난 분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격무를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교적 병증이 가벼운 분은 전공의가 빠져나가 혼란스러운 대형병원 대신 정상 운영되는 병의원을 이용해달라"며 "병원에 남은 의료진이 탈진하지 않도록 조금씩 양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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