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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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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망둥어 뛰니 꼴뚜기도…공모주 광풍에 널뛰는 스팩

상장일 ‘급등 후 하락’ 석달째 판박이

2024-03-05 02:00

조회수 : 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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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공모주 열풍이 스팩(SPAC)에도 옮겨붙었습니다. 높은 청약 경쟁률에 상장 첫날 급등 후 장마감 때 하락하는 모양새가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문제는 일반 기업과 달리 스팩은 상장 초기에 급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황이 스팩에서 머니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입니다. 
 
4일 한국거래소엔 에스케이증권스팩11호가 첫 상장했습니다. 에스케이증권제11호스팩은 개장 직전 동시호가에서 매수호가가 빠르게 상승하더니 공모가의 2배인 4000원으로 첫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거래 시작과 함께 매수주문이 폭발하면서 7분 만에 전체 상장주식(415만주)의 3배가 넘는 1300만주 거래를 돌파했고, 9시20분에 장중 고점인 5700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 종목의 마감가는 여기에서 뚝 떨어진 2100원입니다. 또 거래가 이렇게 끝날 거란 사실은 에스케이증권스팩11호 거래에 참여한 투자자들 다수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시가와 최고가, 종가가 얼마일지는 몰라도, 개장 초보다 많이 떨어진 가격에 마감할 것이라는 운명이 상장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석 달간 신규 상장하는 스팩 종목들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습니다.
 
1영업일 전인 지난달 29일에 상장한 유진스팩10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초가 3000원으로 출발해 장시작 한 시간도 안 돼 6150원까지 급등한 후 계속 흘러내려 결국 장마감 때는 2230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같은 날 상장한 유안타제15호스팩도 24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오전 10시를 넘기기 전 3480원으로 고점을 기록했으나 결국 201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스팩, 급등할 이유 없는 공모주 
 
스팩도 공모를 거친 새내기 주식이므로 이론상으론 ‘따따블’ 즉 공모가의 4배인 8000원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팩이라서 이렇게 오르는 것 자체가 비정상인 종목입니다.
 
일반 공모주는 기업의 주권을 거래하는 것이어서 해당 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심리에 따라 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공모주란 특성 때문에 해당 기업의 체력과 성장 가능성에 비해 과도하게 상승하는 데 대한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성장 기대감이 실현되는 경우 주가 상승은 이를 선반영한 것이 되므로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스팩은 이와 다릅니다. 스팩은 기업을 합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본금(현금) 덩어리일 뿐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 통로 역할을 하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이제 막 상장한 스팩은 누구와 합병할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만약 합병할 대상(기업)을 정해놓고 스팩을 설립해 상장시켰다면 그 자체로 불법입니다. 설령 합병 대상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해도, 몇 대 몇의 비율로 합병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스팩 주가가 상장 초기에 유명한 유니콘 기업처럼 급등하는 것은 비정상이며 머니게임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상장하는 스팩들은 전부 이와 같은 주가 흐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로 상장한 종목들은 전부 주가 차트에 상장 첫날 급등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높은 시초가, 장중 고점을 찍고 하락, 공모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장을 마감한 결과 윗 꼬리가 긴 장대음봉을 그렸습니다. 
 
이날 상장한 에스케이증권제11호 스팩만 해도 공모가 2000원인 415만5000주의 주식, 다시 말해 83억원 자본금만 있는 서류상 상장기업일 뿐인데, 이날 한때 시세가 220억원까지 치솟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머니게임이 반복되면서 스팩의 청약경쟁률도 1000대 1을 훌쩍 넘어 2000대 1 수준에 달합니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머니게임의 강도도 심해집니다. 
 
광기에 가까운 이같은 매매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스팩의 미래는 지난해 하반기에 상장한 종목들의 현재만 봐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작년 하반기에 상장한 스팩은 총 10종목으로 모두 2200원 아래에서 거래 중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공모가 근처에서 맴돌고 있으며 신한제11호와 KB제27호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스팩 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것이 정상적인 스팩 주가의 흐름이었습니다. 
 
2년 된 스팩은 눈여겨봐야
 
스팩의 운명은 어떤 비상장기업과 합병할지, 합병비율이 어떨지에 따라 결말은 열려 있지만, 적어도 상장 초기에 급등한 스팩의 끝은 정해져 있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스팩이 유니콘기업과 합병한다고 해도 합병비율 산정에서 스팩 주주들이 유리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합병비율을 피합병법인, 즉 비상장기업에게 유리하게 맞추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급등한 스팩은 조심해야 하지만, 반대로 상장한 지 2년이 다 되어가거나 2년을 넘겼는데도 공모가(2000원)보다 싼 종목이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스팩의 상장 시한은 3년으로 정해져 있고, 그 안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후 청산됩니다. 이때 그동안 자본금(현금)에 붙은 이자를 함께 돌려주기 때문에 공모가보다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모주 광풍에 올라탄 스팩의 상장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5일엔 하나스팩31호가 상장하고 12~13일엔 하나스팩32호의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습니다. 하나스팩33호, 신한스팩12호, 13호, SK증권스팩13호, 유안타스팩16호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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