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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은

물가 안정 '난항'…'스티키 인플레이션'에 갇힌 한국경제

국제유가 불안정·과일값 폭등…"불안불안"

2024-03-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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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물가가 목표 수준(연 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담긴 해당 내용은 물가경로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끈적하게 떨어지지 않는 '스티키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달 만에 3%대에 진입했고 과일값은 32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정부도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상승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기름값,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까지 연달아 오르면서 또다시 한국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오르면서 정부가 공언한 목표 수준(2.0%)을 웃돌았습니다.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3.7% 오르는 등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국제유가 변동성 악화로 수입물가지수도 지난 달보다 증가 추이를 보였습니다. 올해 2월 수입물가지수는 137.54(2015=100)으로 전월보다 1.2% 올랐습니다.
 
올해 2월 수입물가지수는 137.54(2015=100)으로 전월보다 1.2% 올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작년 12월 이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70달러 중후반대를 머물다 최근 80달러 수준을 웃돌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휘발유·경유 6주 연속 올랐다"
 
최근 국제유가·환율 인상,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오름세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경우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의 자발적 감산 결정, 중동 지역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부족해 지면서 치솟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70달러 중후반대를 머물다 최근 80달러 수준을 웃돌고 있습니다. 통상 국제유가의 '심리적 저항선'은 80달러인데, 이 선이 깨진 것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를 보면 14일(현지시간) 기준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84.09달러, 81.26달러로 모두 80달러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브렌트유도 85.42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1월 다섯째 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각각 리터당 1639.1원, 1540.1원으로 전주 대비 6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15일 오후 기준 휘발유·경유 값은 각각 1638.48원, 1539.13원으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6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500억원 추가 투입…땜질 처방만
 
정부 지원책에도 과일값까지 '금값'이 되면서 얼마나 내릴 수 있을지 사실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2월 과일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신선과실은 1년 전보다 41.2% 오르는 등 32년5개월만에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작년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귤과 사과는 각각 78.1%, 71.0% 폭등하고 배, 딸기도 61.1%, 23.3%로 큰 게 뛰었습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 지난 15일 1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투입을 추가로 결정했습니다.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기존 20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대폭 높이고 품목별 지원 단가도 최대 2배 올린 수준입니다.
 
그러나 할인 지원책을 펼치면 공급은 같은데 수요가 늘어나는 등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할인 지원책을 통해 수요를 자극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가격이 좀 더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어도 나중에 물가가 더 오를 것이다. 물가 안정책으로는 좋지 않은 방식"이라며 "국가의 재정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현금성 정책은 지속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인상 없이 물가 안정 없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할인 지원책을 펼치는 것보다 기준금리 인상을 확실한 방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통화량이 줄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은 1년2개월째 기준금리(3.5%)를 동결하며, 올 초에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 소비자물가 예상치를 각각 2.9%, 2.6%로 책정했습니다. 연간치는 정부의 물가 목표 수준(연 2.0%)과 거의 부합하는 2.1%입니다. 그렇지만 국내외 환경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확신하기엔 이르다는 관측입니다.
 
빈기범 교수는 한국은행의 물가 예상치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에 불가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물가를 조정하는 방안은 금리 인상 외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선까지는 묶여 있던 공공요금이 오를 수 있고 가을까지는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가 안정되고 있어 국제 흐름에 맞게 차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홍기용 교수는 "현재 미국 물가가 서서히 잡히고 있어,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역시 물가가 차츰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이 아직 자리 잡지 못 하고 있다. 국내 물가는 강제적으로 잡는다고 잡히지 않으며 기업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1월 2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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