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백승은

인구는 꼭 늘어야 할까

2024-03-20 18:05

조회수 : 83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지난 2월29일 서울시내 산부인과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심지어 연애조차 하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출산율은 작년 처음으로 분기 합계출산율 0.6대로 내려갔고, 혼인 건수도 2010년대 30만건이었지만 최근 3년간 19만건에 머무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의견이 등장합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든가 삶이 팍팍해져 '나 혼자 사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도 의견 중 하나죠.
 
이 담론을 논할 때면 항상 본론적인 질문은 쏙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왜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고, 연애를 해야 하는 걸까요? 출산과 혼인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의무와 같은 건 아닐 텐데 말이죠.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더 소중한 삶의 가치가 존재할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삶에 여유가 없다는 이유가 굳이 아니더라도 이 모든 것들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가정을 이루고 싶은 상대가 있지만 사회 통념과 법률에 가로막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출산과 미혼 풍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면, 젊은이들의 책임감 부족으로 몰아 가는 어투가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다른 모습의 삶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출산과 결혼, 연애를 하면 과연 더 행복해질까요? 행복해지지 않을 경우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협박입니다.
 
국제연합(UN)의 세계행복보고서에 활용되는 지표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기준 5.95점에 머무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입니다. 경제활동인구나 노동력 부족 차원에서 인구는 늘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삶을 존중하지 않는 이런 나라에서 인구가 늘어난다면, 불행한 사람만 더해지는 꼴 아닐까요.
  • 백승은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