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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보이는 대로 믿는다

2024-06-03 09:36

조회수 :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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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4월 출시한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스팀' 로봇청소기에 대한 칭찬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해외 매체에서까지 호평을 이어갔다는데요. 또 몇 주 전에는 출시 25일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흥행을 이어갔다는 소식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칭찬들에 걸맞게 가전도 AI가 대세인 만큼 AI 로봇청소기가 먼지 흡입은 물론 물걸레 청소까지 해줘서 어떤 집에서든 탐나는 물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 구매 욕구가 생기지 않나요?
 
사실 얼리어답터에 청소광과 함께 살고 있는 저는 이 '비스포크 AI 스팀'을 '사전 예약'까지 하면서 구매했습니다. 기존에도 물걸레 기능만 빠져있는 '비스포크 AI 제트봇'을 사용했거든요. 또,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무려 180만원 주고 샀는데, 실망 많이 했습니다. 벌써 두 번이나 교체 받았는데, 아직도 고장 나있는 상태거든요. 
 
문제는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오수통 옆 센서를 붙여놓은 글루건이 녹아서 센서 칩이 빠지는가 하면, 물이 부족하다며 9분 단위로 물을 채우러 수시로 스테이션으로 갑니다. 여기서 4분은 걸레를 세척하는 시간이니, 5분 청소하고 4분 걸레 세척을 몇 번이고 반복하게 되는 거죠. 여기에 청소만 잘되면 문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바닥에 물도 흥건히 뿌리고 돌아옵니다. 비단 이런 상황은 저희 집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최대 로봇청소기 카페에는 이런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달 가까이 개선품이 나오지 않은 채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겁니다. 약 2주 전 기준으로 아직도 개선품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업체 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1만대 돌파를 자랑하고, 스마트한 AI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개선되지 않은 제품을 판다는 것이 '소비자'보다는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일 겁니다. 
 
이런 기업의 행태에 동조하고 있는 게 바로 '언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지적하는 언론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분명 권력을 '감시'하고, 불공정한 것들을 '비판'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요즘은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고, 불공정한 것들과 '타협'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씁쓸한 마음입니다. 삼성이 불량 제품을 팔아놓고도 호평 일색인 언론도 비슷한 맥락이겠죠.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이어도 보이지 않는 것보단 보이는 것을 믿는 편이죠. 언론과 여론 형성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우리 언론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궁금합니다. 우리 국민이 보는 세상이 정의롭고 합리적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지혜 기자 gihea0208@etomato.com
 
생성형 AI로 '언론의 자유'를 나타내는 그림을 만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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