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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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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던지기 전 필요한 '기준'

2024-10-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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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요한복음서 7장 53절~8장 11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데리고 와 예수에게 "우리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묻자 예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용서했습니다.
 
요즘 이 성경 구절이 머릿속을 자꾸 맴돕니다.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어서 그런 것인지, 비판하는 일에 익숙한 기자 업무에 대한 경계심인지, 이달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현장을 보며 느낀 답답함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요. 꼭 던져야 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간음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간통죄에 관해 국가마다 적용하는 법 기준이 다릅니다. 세월이 흐르며 바뀌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53년 이후 62년간 간통죄 조항이 유지되다 2015년 헌법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이 나며 즉시 폐기됐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 모두가 이 결정에 동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마다 윤리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예수의 감정적 호소 역시 오만한 권력자들과 편견에 빠진 단죄자, 공개처형의 잔인한 쾌감에 물들었던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도덕적 문구일 수는 있지만 지금 시대에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평가를 내립니다.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더 나아가 정부든 각각의 주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인 '법'을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입법 과정은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하며, 제정된 법이 누군가를 궁지로 몰아선 안 됩니다. 특히 사회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이 담겨야 합니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을 피감 기관으로 한 국정감사 현장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비판 기준이 달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국책은행 이전에 입을 닫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전세보증 반환 보증 제도를 시행할 때는 가만히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제 와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재정 건전성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립니다.
 
물론 정치에는 수많은 셈법이 숨어 있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저로서는 그 계산을 다 읽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국회를 향해 감히 돌을 던지진 못 합니다. 다만, 묻고 싶습니다. 세상의 기준을 만들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바꾼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할까요. 정쟁에만 몰두해 상대 발목만 잡는다면 민생은 누가 책임질까요. 돌을 던지기 전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회의원 중 한 명이 1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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