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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기소할 수 있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법리적 검토 필요

2013-04-09 15:51

조회수 :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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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공안당국이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해킹한 북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된 회원들을 수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불법적으로 얻은 증거자료를 토대로한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공안당국은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회원 명단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지금 단계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된 가입자들을 사법처리하는 것이 위법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선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이 실제 맞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가입 자체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부분은 국가보안법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검경이나 공안당국의 수사 개시의 적절성과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민족끼리가 북한에서 만든 계정이라도 그 자체는 결사 또는 집단이 아니어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가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면서 "이 계정의 글 중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내용을 다운받거나 유포한 경우에 국가보안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은 수사를 거쳐 기소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일명 '독수독과(毒樹毒果理論, Fruit of the poisonous tree)'이론 때문이다.
 
독수독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독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이론을 뜻한다.
 
법조계에서는 총 1만5217명의 우리민족끼리 회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계기가 어나니머스의 해킹이라는 범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증거들이 재판과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어나니머스 해킹은 '독수', 그 행위를 통해 노출된 명단은 '독과'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독수독과론을 들어 당시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검사와 정치권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접은 바 있다.
 
현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이끈 수사팀은 "도청이라는 불법을 통해 취득한 증거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수사할 수는 없다"며 X파일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과 이를 보도한 기자만을 재판에 넘겼다.
 
공안당국도 독수독과론에 기초한 지적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 기소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기소하더라도)불법성 시비나 논란이 있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상당한 수준의 법리검토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경찰과 국정원 등은 '가입자 전부가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다'라며 우리민족끼리 회원들 중 사이트에 게시된 북측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주장 등을 인터넷 등에 게시하는 행위를 한 회원들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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