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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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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뉴스라인)블랙아웃 초비상 "매번 국민 탓"..전력위기 주범은 '정부'

2013-08-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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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앵커 : 시청자 여러분, 오늘 무척 더우셨죠? 이번 주는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주를 전력난의 최대 고비로 보고 전력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기관의 냉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등 지나치게 쥐어짜기식 절전을 추진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전력난을 키운 건 정부인데 그 책임을 다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경제부 최병호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 오늘 날씨가 무척 더웠습니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시작된다고 경고했는데요. 오늘 전력수급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 네, 오늘 전력수급 상황은 다행히 블랙아웃은 가까스로 넘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애초 한국전력거래소는 오늘부터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냉방기 가동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하고 최대 전력수요를 8050만㎾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예비전력이 160만㎾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전력수급 경보 ‘경계’를 발령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계는 전력수급 경보 4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블랙아웃 직전 상태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오늘 생각보다 전력수요가 높지 않았고 정부가 전력당국을 총동원해 수급관리에 나서면서 위기는 넘길 수 있었습니다.
 
오늘 서울 한낮 온도는 32.5도를 기록했고 전국적으로 불볕더위가 이어졌지만 전력경보는 준비 단계밖에 발령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과 같은 상황으로 3일 연속으로 준비 경보가 내려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은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정부는 광복절 전까지인 14일까지를 전력수급 위기로 보고 있는데요. 내일과 내일모레 수급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정부의 대응방법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앵커 : 네, 이번 주가 전력위기의 고비였는데도 심각한 위기가 오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정부가 무슨 특별한 긴급대책이라도 내놓은 것입니까?
 
기자 : 네, 정부는 지난 주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긴급 대국민 절전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블랙아웃 위기가 오면 가정, 공공시설, 기업 등에 돌아가며 전기를 끊는 순환단전을 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전력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예비력 400만㎾ 확보를 위해 전 국민이 절전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오늘도 긴급대책을 하나 발표했는데요. 공공기관 등은 에어컨 등 냉방기 가동을 모두 금지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한 실내조명을 다 끄고, 승강기 이용 제한, 실내 내방온도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또 안 쓰는 컴퓨터와 복사기, 정수기 등 사무기기를 모두 단전하고 비상발전기를 보유한 기관은 하루 중 전력수요가 가장 높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비상발전기를 가동하게 했습니다.
 
민간부문에서도 긴급 절전대책이 나왔는데요. 전력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문 열고 냉방 영업을 금지하고 실내 온도를 제한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하루에 4번 집중 단속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예비전력 400만㎾를 확보하면 설사 전력수요가 너무 높아서 전력공급을 초과하더라도 블랙아웃은 막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 다행히 오늘은 이런 대책이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앵커 : 네. 전력위기를 넘겼다니 다행이지만 오늘 내놓은 긴급대책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공공기관은 에어컨 등 냉방기를 아예 쓰지마라. 이거는 전력난 잡자고 반대로 공무원 잡는 것 아닙니까?
 
기자 : 네. 잘 지적하셨는데요. 사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전력수급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은 많았습니다. 문 열고 냉방영업 같은 것은 가게 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손님을 못 받을 정도라는 아우성도 있었습니다. 이번 긴급대책도 마찬가지인데요. 실제로 취재 중 만나 본 공무원들과 시민들은 정부가 국민에게 너무 심할 정도로 절전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 삼았습니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정부가 전력수급에 실패한 정책적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계속 ‘국민이 절전에 더 노력해달라’고 강조하고 있지 ‘전력수급 관리에 실패해서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력위기의 주범은 국민의 전력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정부의 전력수급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위기가 한 두 해온 것이 아니고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전력수급 관리가 실패한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올해 여름도 무더울 것이면 전력위기가 올 게 뻔한 데 그동안 뭘 했느냐는 겁니다.
 
사실 국민 1명이 아무리 전기를 많이 쓴 다해도 전체적인 규모로 보면 아주 적기 때문에 블랙아웃이라는 대위기는 올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지금껏 국민 탓만 하며 장기적인 에너지관리정책을 만들고 정비해오지 않은 것이 최근의 전력위기의 주범인 셈입니다.
 
앵커 : 네, 그렇다면 전력위기의 주범은 전기를 많이 쓰는 국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력수급관리를 못한 정부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전력수급 관리 실패의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기자 : 네, 가장 큰 것으로는 전력수요 예측 실패가 있습니다. 사실 전력당국은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에 따라 전력공급 규모를 정합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과 안 맞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전력수급 기본계획들을 보면 정부는 매년 전력수요를 연평균 2.5%~5%대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관리공단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연평균 전기 소비증가율은 7%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수요예측과 실제 수요가 2배 넘게 차이가 있는 겁니다.
 
이런 수요 예측은 곧바로 장기적 관점에서 발전소를 건설하고 발전기를 확충하는 등 전력공급의 차질로 이어졌습니다. 발전소 짓는데 평균 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발전설비 용량은 5년 전의 수요예측에 따른 건데요, 그동안의 인구증가와 기온상승, 전기제품 사용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예측과 전력공급 계획인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여름만 되면 고질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청자분들은 전력위기 소식을 들으면 전력 예비율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시는데요. 이것은 현재 사용되는 전력 외에 추가로 전력을 얼마나 더 공급할 수 있는지 나타낸 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15% 내외의 전력예비율이 가장 적당하며 이것이 10% 밑으로 떨어지면 전력을 갑자기 많이 써야 할 때 전력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최근 전력예비율은 10% 밑으로 떨어질 때가 많고 오늘만 해도 6%~7%까지 내려갔습니다.
 
앵커 : 네, 전력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계획부터 잘 못 잡았다는 말이네요. 또 다른 것은 없습니까?
 
기자 : 네. 전력시설 유지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번 주가 전력위기의 고비라는데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3곳의 화력발전소가 고장을 겪었습니다. 일산 열병합발전소는 지난 주말에 고장 났다가 긴급 복구됐구요. 충남 서천화력발전소는 오늘 아침에 중단됐다가 다시 복구됐습니다. 그러나 충남 당진화력발전소는 아직 복구가 안 됐습니다. 발전소 관계자는 복구까지 최소한 2~3일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사실상 이번 주는 가동이 안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사고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난주 전력기관장들을 불러놓아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며 전력시설 유지관리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 이후에 일어났다는 겁니다. 주무장관이 전력난을 대비한다며 시설유지와 내부기강 단속을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켰다면 사실 그동안 얼마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됐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건 화력발전소를 말하는 건데요. 국내 발전용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도 23기 중 6기가 가동을 멈췄습니다. 이처럼 시설이 있지도 활용하지 못하는 전력량이 800만㎾ 상당이나 된다.
 
앵커 : 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이상 절전을 강조하지 않고 전력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 네. 먼저 아까 말씀드린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해서 그에 따라 발전소 등 공급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공급계획은 당장 1~2년 뒤가 아니라 최소한 5년을 내다보고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 산업 여건 등을 정밀하게 검토해서 수요 증가를 반영해야 합니다.
 
또 국내 발전량의 대부분을 원자력과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것도 해결할 과제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기준으로 원자력 발전량과 석탄 화력발전량은 각각 29.8%와 39.4%로 집계됐다.
 
이는 에너지원이 고르게 분포하고 원전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치입니다.
 
에너지원이 다양하지 않고 관련 기반이 부족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발전공급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특정발전소와 관련한 사고가 일어나면 꼼짝없이 전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위기를 극복하려면 평소 전기를 아껴 쓰는 수요측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분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체계 개편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절전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수급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 네, 최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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