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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위드)"전문가용 물감 국산화의 자부심으로 기업 이어간다"

남궁요숙 알파색채 대표 "양심적인 기업이 대우받는 사회분위기 조성돼야"

2015-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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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품질좋은 국산 물감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 개발에 들어갔어요. 60년대 초반만 해도 일제 물감이 국내 제품보다 13배 가량 비싸게 수입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이제는 전 세계에서 전문가용 그림물감을 만들 수 있는 8개국 중 하나에 대한민국이 포함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죠. 업황이 어려운 와중에도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1929년생, 올해 8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열정이 느껴졌다. 남궁요숙 알파색채 대표(사진)는 2시간 가까운 인터뷰동안 계속해서 '진정한 기업인의 길'을 강조했다.
 
교사 출신인 남궁 대표는 지난 1962년 남편인 고 전영탁 회장과 함께 한천화학공업(알파색채 전신)을 설립한다.
 
"교단을 떠나 회장님(남편)과 함께 약국을 8년 간 운영하고 2년 간 쉬면서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전문가용 물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돈이 안되기에 아무나 할 수 없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며, 나라에 필요한 제품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딱 맞는 아이템이었어요. 일제강점기 36년을 겪고도 일본이 물감을 들고 국내에 경제적으로 침투하는 사실에 화도 났고요."
 
남궁요숙 알파색채 대표
그렇게 1969년 국내 최초 포스터칼라 '알파700'을 개발했다. 700번의 실험 끝에 개발에 성공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 원효로 집 안에 시설을 갖추고 배합을 끊임없이 했어요. 실험한 물감을 하수구에 버릴 때마다 아랫동네에는 빨간색, 파란색 물이 고이며 하수구멍이 막히는 거예요. 인부에게 따로 돈을 주고 구멍을 뚫어달라고 할 만큼 끊임없이 실험한 결과 개발에 성공했죠."
 
전영탁 회장이 연구에 매진하는 한편, 개발된 제품의 품질관리는 남궁요숙 대표가 전담했다. "개발단계부터 미술대학 교수님 등 전문가들을 초빙해 의견을 구했어요. 제품이 나오자 이분들이 고객이 됐지요. 대학교수님부터 대학생, 중·고등학교 선생님 순으로 고객이 자연적으로 넓혀졌어요. 그때만 해도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지요."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기기 보급과 국·영·수 위주 입시교육이 이어지며 물감업체가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회사매출이 줄어든데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을 통한 학생들의 인성교육 기회가 사라지는 점이에요. 학교폭력 등 학내문제를 해결에 미술은 중요한 역할을 해요. 언젠가는 예전의 미술교육이 회복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인터뷰가 끝나기 전, 남궁 대표는 현 부가가치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법제처의 국민법제관으로 활동했고 지금도 각종 건의서를 내고 있는 남궁 대표는 일부 유통상인들이 부가가치세를 정확히 부과하는 제품은 기피하고 취급하지 않는 사실을 개탄했다. 알파색채의 영업과정에서도 이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며, 선량하고 양심적인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10%인 부가세율을 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5%의 세금을 내는 대신 누락된 사실이 드러나면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사전에 받자는 것이다. "대신 10% 부가세를 정직하게 정확히 이행한 업체에는 1~2년 후 8%, 그 이후로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최종적으로 5%의 세금을 내도록 하면 됩니다. 위 제도의 신청을 기피하는 업체는 탈세를 고백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따를 수밖에 없게 되죠. 결과적으로 현재보다 탈세도 줄어들고, 정직하게 사업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남궁 대표는 "내야 할 세금을 누락 신고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나라에서는 좋은 사업가가 나올 수 없다"며 “양심적인 기업이 대우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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