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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도 등돌렸다…최태원 상처입고 경영일선 복귀

국민연금에 ISS까지 '반대표' 권고…"진정성에 의문, 여진은 계속"

2016-03-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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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순탄치 않다. 내연녀 파문이 도덕성 논란에 이어 사정당국 조사로 비화된 데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등 자질 논란까지 낳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6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입장을 굳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낼 수 없다"면서도 "의결권 행사 지침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27조를 보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의 경우 전문위원회를 소집하지만, 이번 안건의 경우 투자위원회만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반대입장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역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최 회장이 배임죄와 횡령죄로 두 번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등기이사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대외적 압박에도 오는 18일 SK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은 어렵지 않게 통과될 전망이다. SK 지분구조를 보면 최 회장이 23.4%,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7.46%를 보유하는 등 특수관계 지분이 30%를 넘는다. 국민연금은 8.4% 수준으로,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반대의견에 동참하더라도 우호 지분에 크게 못 미친다.  
 
문제는 최 회장의 공식 경영복귀 선언이 될 이번 주총이 반대표로 얼룩진다는 데 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과 동시에 복권되면서 경영 일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5개월도 안 돼 내연녀와 혼외자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를 위험으로 내몰았다. 여론은 급격히 싸늘해졌고, 금융감독원에 이어 국세청마저 내연녀 김모씨의 아파트 매매 과정을 되짚는 등 사정당국의 압박도 거세졌다. 여기에다 비선 논란 등 내부적 이견도 표출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앞서 최 회장이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던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서 지침에 따라 반대하는 것이 맞다"며 "SK 지분구조상 최 회장의 복귀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나 그만큼 오너 리스크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의 경영 철학과 거버넌스위원회 설치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불가피해졌다"고 부연했다.
 
SK는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내정하는 한편 투명경영과 주주 권익 보호 등을 목적으로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창조경영에 대한 적극적 뒷받침과 SK하이닉스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투자 확대에 이은 것으로, 최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의견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도로 보고 있으며,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예정대로 올릴 것"이라며 "지분 상황을 봤을 때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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