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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현장에서)정치가 덮친 경제 공멸 우려된다

2019-08-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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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대형 악재들의 특징은 그 시발점이 '숫자'가 아닌 '정치 논리'에 있다는 점이다. 한때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국가 간 신의와 경제 논리가 나름대로 균형을 이뤘던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불과 몇 년 새 크게 달라졌다.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글로벌 가치사슬에 때아닌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벌써 1년 넘게 지속된 미중 갈등은 단순한 숫자 싸움을 넘어선 힘대결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두 나라의 갈등을 시작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경제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던 몇몇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가 서서히 현실화되는 듯한 모습이다. 얼마 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시작한 수출규제도 정치 논리가 경제를 뒤덮은 대표적 사례다. 
 
홍콩 사태도 구체적인 양상은 다르지만 정치 이슈가 국제 금융시장을 위협할 악재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사태가 심화되면 지금까지의 통상갈등을 넘어서는 글로벌 경제 혼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유로존의 혼란스런 내부 정세도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다. 영국은 노 딜 브렉시트, 이탈리아는 예산규정 문제로 유럽연합(EU)와 대립각을 만들며 글로벌 경기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역사 속에서도 정치 논리가 뒤얽힌 경제 갈등이 어떤 파국을 맞았는지는 이미 증명된 바다. 1929년 미국이 추진한 스무트·홀리법이 대표적 사례다. 스무트·홀리법은 자국보호주의 차원에서 관세 장벽을 높이기 위한 법안으로, 당시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농부, 제조업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됐다. 이 결정은 주변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번졌고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국제 무역량이 3분의 1까지 줄어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더 이상 경제지표를 보고 시장을 분석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한다. 세계 시장을 무법자처럼 뒤흔드는 정치 논리 탓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 경제가 뒤틀려버리면 장기적으로는 전세계가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요국 간 힘겨루기는 결국 자국민에게도 큰 내상을 입힐 경제적 자해에 가깝다. 90년 전 대공황 시기가 증명해주듯 말이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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