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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나이스' 유치원 도입에 사립 유치원들 '난색'

내년 3월부터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 유치원 도입

2022-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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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유아 교육의 공공성 강화 등을 위해 전국 유치원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이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 증가로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기존에 하던 업무를 디지털화 하는 일이므로 업무에는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6일 교육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서 교육행정·교무·학사 등 세부 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나이스를 내년 3월부터 전국 유치원도 사용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020년 3월 '유아교육법'을 개정하고 유치원 교무·행정 업무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나이스 구축을 추진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유아의 주소·건강 등 고유 식별 정보를 관계 부처 간 '행정정보 공동 이용' 가능 항목에 명시해 관계 당국이 유치원 나이스를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국의 초·중·고교에서는 학기 초 교육과정 설계, 학생 성적 관리, 방과 후 학교 운영 등 모든 교육행정 업무가 나이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교로 분류되지만 그간 나이스는 사용하지 않았다. 각 유치원은 생활기록부 작성 등의 교육행정 업무를 본인들만의 양식으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교육행정 업무를 통합·일원화 하면 유아 교육도 학사 업무와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 나이스 도입에 사립유치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아 수 대비 교사 수가 많은 국·공립 유치원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행정 업무를 숙달·이행할 충분한 여력이 있지만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사립유치원은 결국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 모든 유치원의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사립유치원은 아직도 현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범 기간 없이 곧바로 정책을 시행하는 부분도 교육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독주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 도입으로 늘어난 행정 업무를 처리하다 원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면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다.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 17조 6항에 따라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철 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각 사립유치원마다 여건에 따라 하던 업무가 다 다르다. 이걸 무작정 통합해 일원화 하면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며 "각 유치원이 나이스에 어떤 항목을 선택해 입력할지 자율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유아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투명한 행정을 위해 유치원 나이스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디지털 정부'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정보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업무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원래 자체적으로 작성하던 업무 관련 문서를 나이스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만큼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아 학비 지원 시스템(e-유치원), 유치원 교원 능력 개발 평가 시스템,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정보 공시 시스템 등도 다 나이스로 합쳐져 오히려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조진호 교육부 지능형 나이스 유치원 업무 구축 TF 유아분과 분과장은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초반에는 어려울 수 있으나 나중에는 더 편해질 것"이라면서 "한유총을 포함한 유치원 관련 3개 단체와 올해 2차례 간담회를 가지는 등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전국 유치원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업무 인력이 부족한 사립유치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0년 12월 인천시 부평구 한빛유치원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이 놀이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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