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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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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공구왕 아이작’의 금의환향, 데드스페이스

2023-02-01 18:33

조회수 :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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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밀폐된 우주선 천장에서 불길한 쇳소리가 들리자, 플레이스테이션 조종기를 감싼 두 손에 땀이 찹니다.
 
“위험 물질이 감지되었습니다. (위잉~ 윙~) 격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진 컴퓨터 경고방송에 도망 버튼을 누른 1월 27일. 우리는 ‘공구왕 아이작’의 귀환을 실감했습니다.
 
‘전략적 사지 절단’으로 3인칭 호러 액션 게임의 이정표를 세운 ‘데드스페이스’가 리메이크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2008년 EA 산하 비서럴 스튜디오가 개발한 원작이 발매된 지 15년 만입니다.
 
서기 2508년 어느 날 행성 채굴선 ‘USG 이시무라’에 도착한 엔지니어 아이작 클라크. 이 남자는 이시무라호에서 보낸 조난 신호 대응팀 일원으로 등장합니다. 여자친구 니콜 브레넌이 있는 그 곳이, 한때 인간이던 괴물 ‘네크로모프’에 잠식됐단 사실을 모른 채.
 
EA 산하 스튜디오 ‘모티브’가 내놓은 이번 작품은 평단과 게이머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PC와 콘솔판 메타스코어는 각각 88점과 89점이고, 오픈크리틱 평론가 점수 90점에 추천도 9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스팀에서 매긴 종합평가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이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몰입감 높은 사용자 환경(UI)과 절박한 공격 방식 때문입니다. 척추에 생명력 표시 막대가 달려있고 남은 탄약은 무기 조준경에 표시될 뿐, 화면에 아무런 아이콘도 없습니다.
 
‘공구왕’ 아이작 클라크가 이시무라호를 탐험하고 있다. 체력은 척추의 막대, 잔탄은 무기의 조준경으로 확인할 수 있다. UI에 군더더기가 없어 몰입도가 높다. (사진=플레이스테이션 코리아 유튜브)
 
무엇보다 헤드샷이 통하지 않는 공격법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네크로모프는 인간의 신체가 금찍하게 변형된 괴물입니다. 이 괴물을 무력화하려면 광물 절삭용 ‘플라즈마 커터’ 같은 공구로 사지를 잘라야 합니다. 다리를 먼저 잘라 기어오게 하며 팔을 자를 수도, 팔 먼저 잘라 공격력이 낮아지길 바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괴물 형태가 다양해지므로, 부족한 탄약을 효과적으로 쓸 방법을 궁리하게 됩니다.
 
보통 리메이크 작품은 당대 유행하는 방식을 무리하게 넣어 원작 본연의 재미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원작 파괴’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예고편을 수차례 돌려보며 아이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번 작품 개발사인 모티브는 빛과 사물의 사실성을 높인 데 그치지 않고 2~3편을 즐긴 팬에게 익숙한 기능을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우선 아이작이 말을 합니다. 조연들이 시킨 일을 묵묵히 수행했던 1편에서 작품의 무게감을 찾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2편부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표정 연기도 일품이던 아이작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개발진은 아이작이 말 하되, 극의 흐름상 필요할 때에만 입을 열도록 조율했습니다. 1편의 분위기는 최대한 살리면서 2~3편의 ’말 하는 아이작‘과 연관성을 높였습니다.
 
이동 방식도 바꿨습니다. 아이작은 2편부터 우주복의 부스터로 공중부양 액션을 폈는데, 1편은 특정 위치에 조준한 뒤 점프하는 식으로 움직여 불편했습니다. 이 조작의 간극을 부스터 지원으로 메웠습니다.
 
원작은 기술의 한계로 각 장 마다 트램을 타고 전진하는 식으로 일방향 진행을 했는데, 이제는 로딩 없이 이곳 저곳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트램은 여전히 탈 수 있습니다.
 
네크로모프의 모습이 끔찍하기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물 등급 분류 결정서의 '혐오감을 주는 외형을 가진 적이 있다'로 설명을 대신한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웹사이트)
 
원작과 달리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찾을 때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괴물이 무작위 출현하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완전 공략은 불가능합니다. ‘뉴게임 플러스(2회차)’부터 네크로모프가 불쌍해진다는 농담이 더는 안 통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퍼즐 요소는 공포를 더 자극합니다. 목적지 중간에 엘리베이터나 방 문, 조명이나 산소 공급 전력 중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조명을 꺼야 한다면, 무기에 달린 흐린 빛에 의지해 살금살금 다가오는 네크로모프에 맞서야 합니다.
 
세계관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 임무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개발진이 그래픽에 들인 정성도 대단합니다. 개발팀은 네크로모프의 살과 근육, 뼈와 내장이 차례로 드러나며 파괴되는 연출에 공들였습니다. 사방에서 덮쳐오는 네크로모프의 비명과 시각 효과가 ‘고인물’도 벌벌 떨게 만듭니다.
 
원작에 대한 경의와 팬을 향한 존중, 현대 게임 환경을 적재적소에 반영한 감각이 2~3편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왕의 귀환이 성공했습니다.
 
  • 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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