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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배달노동자에게도 보험을 허하라

2023-02-14 06:00

조회수 :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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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에 다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산재보험은 많이도 발전했습니다. 자동차보험도 보장을 확대하며 점차 진화하고 있죠. 하지만 엄연한 근로자임에도 그간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이륜차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들이 있습니다. 배달노동자입니다.
 
배달노동자는 코로나19와 함께 그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대체로 유통·물류·배달 플랫폼에 속해 있기에 플랫폼 노동자로도 불리는데요. 한국고용정보원이 2021년 발표한 '플랫폼종사자의 규모와 근무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는 219만7000명에 이릅니다. 2020년 전체 취업자의 0.92%에 불과했던 플랫폼 노동자의 수는 2021년 들어 전체의 2.6%(66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고요.
 
코로나19로 외출과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배달 플랫폼을 이용했습니다. 장보기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했고요. 저 역시 저녁 찬거리를 주로 플랫폼에서 주문해 새벽에 받아보고 있습니다. 도보로 15분 이내에 대형마트가 두 곳이나 있지만, 간편한 플랫폼 배달에 더 손이 자주 갑니다. 최근 한달 간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 가족 모임을 가졌을 땐 집에서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집 근처에서 외식을 할 바에야 안전하고 편하게 집에서 배달 음식을 즐기는 편입니다.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메뉴 선택에서는 직접 가게를 가는 것이나 배달을 시키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활 습관의 변화와 함께 배달노동자가 늘어났지만 그간 이들에게 보험은 너무나 멀었습니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산재보험에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 컸는데요.
 
올해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산재보험 대상자를 '근로자'에서 '피보험자'로 다시 정의하고, 보험가입자 범위도 확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10월 중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법 개정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산재보험이 바뀐다면 무려 16년만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배달 오토바이(이륜차)를 대상으로 한 제도 개선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시간제 오토바이 보험을 활성화하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보험료 부과체계를 상반기 중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문 배달업 종사자가 아닌 파트타임으로 배달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아르바이트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됩니다. 또한 이륜차 보험에 대한 단체 할인이 적용돼 배달노동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고요.
 
그간 배달노동자들은 이륜차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사고 위험이 높아 보험사로부터 가입이 거절되거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만 가입이 가능했습니다. 사실상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환경 탓에, 배달노동자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을 통해 자체적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사고 시 비용을 지원했습니다. 스스로 모은 돈으로 사고를 당한 배달노동자를 지원해왔던 것이지요.
 
급속도로 성장해온 배달 시장과 함께 커온 배달 노동자들. 그러나 사회의 안전망은 그 성장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규제 개선을 통해 사회 안전망이 사각지대에도 미친다고 하니 제도 개선에 기대가 큽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가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기본료 인상, 지방 차별 폐지 등을 촉구하며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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