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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강아지 아픈데 돈 걱정까지

2023-06-07 18:10

조회수 : 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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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아파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병원비가 걱정이에요. 노령견이라 최근 몇 년 동안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깨졌어요. 이번엔 요로결석이라는데 돈 걱정이 앞서네요."
 
최근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강아지도 요로결석에 걸린다는데, 병원비가 일단 세자릿수랍니다. 노령견이다보니 관절 질환도 있고 병치레가 잦아졌다는데 돈 걱정까지 해야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고요. 또 다른 지인은 고양이를 키우는데, 몇 년 전 이 고양이가 링웜을 앓는 통해 200만원 넘게 깨졌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링웜이 사람에게도 옮는 피부 질병이라, 고양이를 돌보며 같이 앓았다고도 하더군요.
 
이처럼 반려동물이 아프면 보호자의 몸도 마음도 함께 고생인데요. 마음껏 아픈 반려동물을 걱정하기엔 현실이 퍽이나 고달픕니다. 돈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죠. 병원마다 진료비나 수술비도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아 일단 반려동물이 아프다고 하면 얼마나 돈이 필요할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KB금융이 최근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며 함께 생활하는 반려가구 중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가구 비중은 73.4%였습니다. 그러니까 반려동물을 기른다면 대부분 2년 내 치료비를 내는 일이 생긴다는 건데요. 2년간 지출한 평균 비용은 78만7000원이었습니다. 2021년(46만8000원)보다 31만9000원(68.2%)이 증가했습니다.
 
보험이 없다면 사람도 비슷할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실손의료보험)을 통해 상당수의 진료나 수술을 보장받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많이 적어지죠. 물론 여전히 의료비는 상당한 부담입니다만, 보험이 활성화 돼 있지 않은 미국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반려동물도 민간 영역에서 보험 상품들이 출시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가입률은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보장항목이 적고 보험료가 비싸다보니 선뜻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게 이유입니다. KB금융의 같은 보고서에서 펫보험을 알고 있다는 응답률은 89.0%였지만 실제 가입률은 11.9%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입을 꺼리는 이유로는 보험료 부담이 48.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좁은 보장범위(44.2%), 낮은 필요성(33.4%), 낮은 보상비율(29.2%) 순이었습니다.
 
그럼 보험료를 좀 낮추고 보장도 다양화하면 좋을텐데요. 보험사들도 사정은 있습니다. 지금 반려동물 진료비는 일정 기준이 없이 병원들이 자유롭게 책정하는 부분이 큽니다. 또한 평균적인 발병 통계도 없습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질병 발생 확률과 질병 치료 비용을 근거로 보험료를 정한 뒤 상품이 나오게 되는데요. 반려동물 보험은 일단 상품 설계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보험료를 낮추기가 어렵고 또 다양한 상품을 내기도 힘든 것이지요.
 
정부가 소매를 걷어부치고 우선 발병 통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진료비를 표준화하는 작업은 수의업계의 반발이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반려동물을 입양한 가정은 늘어나는 반면 반려동물 병원비 부담은 줄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3 반려동물 스타트업 펫나우 부스에서 업체 관계자가 AI 기반 반려동물 생체인식 어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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