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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라면업계 1위 농심, 결국 무릎 꿇다

2023-06-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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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 땐 몰랐지."
 
12년전 유행했던 '말하는 대로' 노래 가사의 한 구절입니다. 가사의 주요 내용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청춘들을 응원하는 것과 달리 최근 정부의 라면 값 인하 압박과 실제로 라면 값 인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 '말하는 대로' 되는 게 참 부럽습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 사진=뉴시스
 
발단은 열흘 전인 6월 18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라면 가격 인하'와 관련된 발언을 했고 실제 라면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정부는 라면업계가 아닌 제분업계를 먼저 공략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6일 제분업계 7개사와 간담회를 열어 밀가루 가격 안정화에 동참해달라고 얘기했죠. 심지어 농식품부는 간담회가 끝나기도 전에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미리 만들어 놓고 제분업계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들려옵니다. '말하는 대로' 되는 세상이라니, 한편으론 부럽습니다.
 
정부가 제분업계를 압박하자 업계 1위인 농심이 가격 인하 행렬 선두에 섰습니다. 다음달 1일부터 밀가루가 주 원료인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가 각각 4.5%, 6.9% 인하됩니다. 농심은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심이 나서자 삼양식품이 바톤을 이어 받았습니다. 7월 1일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발표했죠.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 인하폭과 시기를 조율되면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다음 타깃은 어디일까요?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제과·제빵업계가 바로 다음 타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대한민국에서 '지시한 대로' 움직이는 기업들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유태영 기자 t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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